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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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이 정확하게 어딘지 몰라도 이름은 한두 번은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는 스페인 여행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우디라는 건축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보았던 구엘공원과 성가족 교회의 사진을 보고 죽기 전에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항상 바르셀로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스페인은순례길이다 라는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버킷 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어디선가 고행의 길이라고 엄청 힘들고 길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걷기 힘든 순례길이라고 알고 있던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름답고 많은 사연을 간직한 건물들이 가득한 걸어서 보는 박물관이자 역사의 현장인 너무나 흥미진진한 순례길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걸어가는 길을 스페인어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 부르는데 ‘산티아고의 길’이라는 뜻이지만 다들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산티아고는 기독교의 성서에 예수의 12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이름이다.  이 길은 사실 최근 들어 1982년에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 대성당을 방문하고 EU가 순례길을 유럽 문화유적으로 지정하며 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등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 길은 15세기 이전에도 많은 종교인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혹은 평생의 소원으로 가길 원했던 종교인들의 숙원의 길이자. 정복의 길, 전쟁의 길,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온 길이다.

스페인은 여러모로 독특한 건물들이 많은 걸로 유명하다. 아마 그 역사적 배경에서도 그 원인을 기할 수 있을 것인데 산티아고 순례길과도 연관이 많은 이슬람 세력에 의한 지배 역사를 볼 수 있다. 유럽의 문화와 다른 이슬람 문화권에 7세기경 소고트 왕국은 멸망하고 그곳을 정복한 이슬람교도들이 세운 건축물과 남기고 간 문화들이 토착 문화와 함께하면서 독특한 문화 및 건축물들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신화가 역사를 조각했다고 했다. 그 조각물들이 바로 건축물 들이고 말이다.

스페인의 건축을 하나의 건축물로 비교하자면 1층이 남부의 이슬람 건축물의 특칭을 가지고 2층 중부의 기독교 건축물이 있다면 북부의 프랑스 길 바로 이 순례길이 스페인 건축의 대들보라고 했다. 정말이지 프랑스의 노트르담의 성당에서부터 시작되어 프랑스 길이라 불리는 이 길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신앙과 역사로 이어져 있으면서 건축물로 그 역사와 신앙을 우리들에게 아직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간결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의 역사와 의의 그리고 프랑스 길의 의미를 알려주고 저자가 순례길을 시작한 순례길의 제로 포인트 파리를 시작하여 팜플로나, 부르고스, 레온, 그 정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리고 세상의 끝 야고보가 묻히기 위해 다시 돌아온 피 스텔라까지 그 순례길의 일정 순서대로 길을 따라가면서 그 길 위에 있는 주요 건물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우선 이 순례길이 그냥 길고 험하고 걷기 힘들지만 야고보의 무덤을 보는데 의의가 있다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나는 정말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순례길이라 붙은 데에는 정말 이유가 있었다. 가는 곳곳에 있는 역사 속의 그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삶이 녹아있는 건축물들을 돌아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는 로마시대 혹은 순례길과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가우디의 건축물을 소개하거나 로마시대의 구조물과 건축물을 설명해주면서 산티아고의 무덤으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세상을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가우디를 좋아한다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카사 보티네스와 아스토르가 주교관의 건축물 사진을 보면서 내가 이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글에는 나오지 않은 주교관의 지하를 상상하며 구글 지도에서 사진을 찾아보며 책을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피스테라의 마지막 십자가 사진을 볼 때는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는 듯한 기분이 끝나서 섭섭하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저자가 스케치한 그림도 갈수록 재미있고 좋았다. 

소설로 혹은 간단한 에세이로 접한 순례길이 아닌 건축물을 중심으로 역사와 건축물이 겹겹이 쌓여있는 순례길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기도 하고 허기 지기도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진이 많아 보이는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정말 사진이 부족한 책이기도 했다. 저자의 설명하고 묘사하는 스태인 글라스가 조각이 첨탑을 더 자세히 보고 싶고 설명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에 자꾸만 책을 덮고 구글 사진을 검색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우디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볼거리가 가득한 스페인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스페인이 더 궁금하고 이 저자의 가우디에 대한 사랑이 궁금해서 다음 책으로 #스페인은가우디 다를 읽겠다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행길이 아니라 인생이 담기고 신화가 담기고 역사가 담기고 예술이 담긴 길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는가는 아마 모두 다르겠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순례길은 인간의 신에 대한 신앙으로 탄생된 건축물들이 또 다른 이들을 신에게로 인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언젠가 직접 그 모든 건축물들을 보고 그 안에서 신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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