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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권 독서법 - 하루 한 권 3년,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적
전안나 지음 / 다산4.0 / 2017년 9월
평점 :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는지를 돌아보자면 까마득한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친구들이 밖에서 뛰어놀고있으니 너도 나가서 놀아봐라~" 엄마의 말에 나가보니 십수명의 동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있었다. 편을 갈라 이어달리기를 하고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침 짝이 안맞던 터라 아이들은 나를 반겼고, 나는 룰에 맞추어 내 순서에 열심히 뛰었다. 열기는 정말 대단했다. 즐기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인 듯 했다. 달리기를 못했거나 싫어했던 것도 긴장했던 것도 낯설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재미가 없었다. 구경하는 것도 달리는 것도 재미가 없어 가만히 지켜보고있다가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와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던 '소공녀'를 다시 펼쳐 읽으며 짜릿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딸아이가 어지간한 어린이들은 손꼽아 기다리는 학교 행사인 '운동회'를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야하는 날'이라 표현했을 때,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얼마나 재미없을까... ㅋ 영문을 모르겠는 으쌰으샤 응원소리, 그 가운데에서 마치 섬처럼 동떨어져있던 나. 언제 끝나요?를 물을 수 밖에 없었던 아이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날, 그 어지러운 움직임과 심각한 소음에서 벗어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 돌아와 읽는 책들은 마치 무질서의 세계에서 질서의 세계로 나를 이동시켜주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이 말하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이 말한다. 주인공들이 걷는 길을 이유없이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다. 물론 걷다보면 장애물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그 등장에는 필연 이유가 있다. 등장인물이 움직이는 데에는 내가 알아채든 그렇지 못하든지 이유가 있었다. 팬텀싱어1에서 마이클리가 어떤 출연자(유슬기?)에게 조언을 하며, "움직이는 데에는(제스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해."라는 말을 했었는데, 하여간 동화나 책 속의 인물들의 행동과 말에는 어떤 연유가 있었다. 그것이 마침내 이야기가 모두 끝난 후에 드러날지언정...
나에겐 그것이 질서로 느껴졌고, 연유를 알 수 없는 일이 허다한 현실보다는 훨씬 더 안심이 되는 세계였다. 그리고 적어도 책 속에서는, 아무리 별로인 책이더라도 주어와 술어가 맞고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뒷 문장이 앞 문장을 반박하는 자가당착같은 일은 거의 일어나지않았다. 어느 정도의 논리를 갖추고있는 그 세계는 무질서한 현실에 비하자면 질서있는 세계였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런 이유로도 나는 책이 좋았다.
종종 만나는 친한 동네 언니가 있는데, 우리집에 책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왜 책을 읽어?"라고 물은 적이 있다. 순간 뭐라 답할지 몰라서 "재미있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는데, 지금도 딱히 다른 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저런 복합적인 감정을 설명할 능력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평생 책을 두 권 정도 읽은 것 같다는 그 언니의 입장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피차 그럴 것이다.
1천권 독서법을 읽은 이유는 그 언니가 책을 한 번 읽어보고싶다고 했고, 자녀를 키우면서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고 해서였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이과형(좌뇌형) 두뇌를 가진 사람으로 어떤 계기를 통해 1일 1권 독서를 시작해 1000권의 책을 읽게된다. 보통 실용주의자, 현실주의자들은 일단 왜 읽는지 읽으면 무엇이 좋은지를 알아야 행동할 수 있는 것 같다. 효용없는 일에 전력을 다 할 이유는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효용으로 설득을 해야할테지. 저자 역시 독서 연수에서 강사가 한 말에 이끌려 독서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읽어야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존재하는 법이니... 치열한 삶에 만족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피로에 성취와 만족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렇게 목표를 갖고 노력하다보면 책을 읽는 경험이 쌓이게되고 당연하게도 독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내 생각에 독서는 재미없기가 힘든 행위이다. 읽지않아서 재미가 없는 것이지, 많이 읽다보면 어떻게든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되고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워킹맘 전안나 씨의 일상 자체가 자극이 된다. 그리고 저자는 왜 읽는지에 대한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있다.(백프로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서의 즐거움이나 독서를 하는 이유를 알고싶은 사람들이라면 전안나 씨의 도전에 자극을 받아 시도해보고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본인 말로 "책과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하는 그 언니에게 가이드북으로 선물하려한다.^^
어쨌든 도전, 시작이 중요하다. 설령 이 책 한 권으로 끝날지언정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