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손철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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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주, <흥 :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 리뷰


 Imageⓒ 김영사


옛 것을 공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옛 것에는 예전의 것, 옛날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수백 년 전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용품을 보고 옛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도 현재의 것은 아니니, 옛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현재를 지난 것이 역사로 기록된다면, 옛 것이란 바로 어제의 것도 포함하는 말이다.

문제는 옛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것을 알아가기에도 바쁜 우리 삶 속에서 옛 것을 익힌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도, 그 기회가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옛 조상들의 예술 작품을 공부한다는 건 어느 정도 그 배경지식이 동원되어야만 충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손철주 미술평론가의 <흥 : 손철주의 음악이 있는 옛 그림 강의>는 '옛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쉽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같은 젊은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미술교양서다. 오랜 시간 옛 그림들에 대한 강의와 기고를 지속해 온 작가 손철주는 그의 책 <흥 : - 옛 그림 강의>를 통해 학예사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 조상들의 옛 그림들이 페이지 별로 수록되어 있고, 그림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해설이 뒷받침된다.

 

 이 책은 크게 보면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 옛 그림을 관통하는 3개의 키워드인 '은일' '아집' '풍류'가 그것이다. 첫 번째 주제인 '은일'은 숨어 살기와 혼자 이루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홀로 은신하며 생을 보냈던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그림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두 번째 '아집'은 우리가 흔히 아는 나만 알고 이기적인 마음에 고집을 부린다는 의미의 '아집'과는 다른 의미다. 여기서의 '아집'은 더불어 모여 즐기는 무리를 뜻하는 말로, 사람 간의 우애를 뜻한다. 옛 그림 작품에 나타난 정다운 우애의 단면들을 작가와 함께 거닐어보는 것이다.

 

마지막 장인 '풍류'에서는 그림 속에 나타난 옛 조상들의 멋과 운치를 있는 그대로 감상해볼 수 있다. 이 장은 이 책의 주제인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지는 그림들을 가장 잘 보여주기도 한다. 연회를 열고 춤과 음악을 즐기던 조상들, 거문고를 타는 연주가의 모습, 조선시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방 문화에 대해 가볍게 공부할 수 있다.

"문학도 그렇고, 미술도 그렇습니다. 예술가들은 세상과 어느 정도로 절충을 하느냐,

아니면 그냥 자신만의 세계를 밀고 나가느냐,

참으로 큰 고민에 휩싸이게 되지요.

 

어렵건 쉽건 독자와 시청자에게 반드시 통하는 게 있지요.

곧 예술가의 진정성과 고뇌입니다.

그것이 예술 가치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그 어떤 작품도 결코 어려운 말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옛 그림 작품들이라고 하면, 한자와 시조가 가득히 메워져 있는 어려운 책을 떠올리기 쉽지만 손철주의 <흥 : - 옛 그림 강의>는 말 그대로 '강의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고 거부감이 없다. 작품을 해설하며 때때로 그에 곁들이는 '시조'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작가의 해설과 감상 포인트가 꼼꼼하게 덧붙여져 있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공부한다는 지루한 마음보다는, 상식이 쌓인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눈이 즐거운 건 당연하다.

"수없이 많은 꽃을 꺾어다 봤지만 우리집에 핀 꽃보다는 다 못하더라는 거죠.

그 꽃들이 품종이 다르고 품격이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집 꽃이라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포한의 정서니, 애상의 미학이니...

이런 학술적으로 치장된 설보다 이 시 한 수가 설명 없이 그냥 바로 와닿았습니다.

 

왜 우리 것이 좋으냐?

우리집에 핀 꽃이라서 좋다, 어쩔 거냐 이거죠.


이것으로 강의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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