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구글벤처스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브레이든 코위츠 지음, 박우정 옮김, 임정욱 감수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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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냅, <스프린트> 리뷰

  Image Ⓒ 김영사

​'인간이 어디까지 나태해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순간은, 마감을 앞두고도 결과물 완성은 커녕 시작도 하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할 때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렇다(이 서평은 10월 31일 할로윈을 마감으로 두고 있었지만, 게으른 필자로 인해 11월의 첫날에 겨우겨우 작성되고 있다. 죄송합니다, 김영사님...).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꾸역꾸역 출석을 채워가며 따라갔던 수업의 어느 교수님께서 무지막지한 레포트를 내주셨을 때나, 학교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며 빡빡한 일정과 함께 편집장의 압박에 밀려 기사를 작성할 때. 그리고 서평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항상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마감'이다. 어느 곳이든 결과물을 내야하는 조직에서 '마감'이란 정말 마술같은 존재다. (글쟁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요술!) 한 간담회에서 만났던 작가나 메이저 언론사에서 매일같이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던 나같은 꼬맹이에게, 하나같이 다들 '마감'이라고 대답했던 것은 지금도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아이디어를 더 빨리 테스트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면

마감날이 다가올수록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일에는 항상 '끝'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마감'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물론 따로 통계자료가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 하지만 애초부터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해결했으면 되었을 일들을 하루 이틀 사이에 몰아서 한다는 건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마감을 지켰다 하더라도 결과물의 질까지 보장된다는 법도 없는 것이 현실. 마감날을 간신히 통과한 우리들에게 남은 건 뻐근한 어깨와 부족한 잠으로 10년쯤 늙어버린 거울 속의 내 모습일 것이다.


제이크 냅의 저서 <스프린트>는 이처럼 일을 하면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효율적인 일처리'에 관한 고민을 담고 있다. 구글의 수석디자이너인 제이크 냅과 그의 동료들은 무슨 일이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업무 방식과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아이디어를 짜는 기획 회의에서는 왜 다들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결과적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는 공식 회의 시간이 아니라 샤워하는 시간이나 집에서 혼자 가만히 시간을 보낼 때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작은 생각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을 가장 잘했던 때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졌는데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였다는 사실들이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바로 <스프린트>다.

나는 이러한 팀 워크숍에 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 마법 같은 요소들 - 개인적으로 작업에 집중하기, 프로토타입 제작, 피할 수 없는 마감 시간 -을 팀 워크숍에 추가하면 어떨까?

나는 이 워크숍을 '스프린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 p. 14

 ​스프린트는 우리 스타트업들에 슈퍼파워를 부여했다. 기업은 비용이 드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훌쩍 미래로 날아가 완제품과 고객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위험요소가 있는 아이디어가 스프린트에서 성공을 거두었을 때의 보람은 엄청나다. 하지만 스프린트에서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때는 실망스러워도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높다. 단 5일간의 작업으로 치명적 결함을 발견한다면, 능률 면에서 최고가 아니겠는가. 이처럼 스프린트는 '힘들이지 않고' 비싼 교훈을 얻는 방법이다.

- p. 31


 Image Ⓒ 김영사 네이버 포스트

구글 벤처스에서 고안해낸 <스프린트>는 아이디어 기획부터 실행까지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효과적인 업무 방식이다. 이들은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위험 부담이 수반되는 몇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비효율적인 방식들을 모두 소거해나간다. 또한 일을 끝마치기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 5일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얻어냈다. 구글 벤처스의 <스프린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단 5일이라는 시간동안, 프로젝트의 바탕이 되는 아이디어 기획부터 솔루션 스케치, 모의 실험을 위한 프로토타입 제작부터 실제 고객과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 책은 구글 벤처스 팀이 여러 개의 스타트업들과 만나 <스프린트> 방식을 도입해보면서 얻은 그간의 경험들을 녹여낸 결과물이다. 갖은 시행착오로 수많은 위험 요소들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들이 조금 더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손실없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눈으로 지켜볼 수 있다.

​이 방해요소들이 불러오는 손실에 관한 연구도 많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 연구원들은 사람들이 한창 리포트를 쓸 때 어떤 방해를 받으면 더 짧고 수준 낮은 리포트가 나온다는 걸 발견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연구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일하다가 딴 데로 주의를 빼앗기면 본래 하던 일로 되돌아가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 (앗, 문자메세지가 왔네? 그럼 나머지 연구들은 이 문자에 답을 보낸 다음 알려주겠다!)

- p. 60



* 덧붙임

개인적으로 여러 개의 일들을 동시에 해치워야하는 요즘 같은 때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다만 구글벤처스의 <스프린트> 방식을 내 삶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협업을 통해 대부분의 일을 수행하는 회사원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다. 또한 읽다보면 다들 알고 있는 얘기를 하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내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게 아닌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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