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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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울프,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The Beauty Myth)] 리뷰

 Image Ⓒ 김영사


2015년과 올해를 관통하는 여러 키워드 중 단연 돋보이는 건 바로 '페미니즘'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웃고 넘어갔을, 어쩌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이 당연해졌다. 잘못된 것을 두고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늘어났고, 많은 대중매체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심도있게 다루는 시도들을 많이 펼쳐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치고 박고 싸우는' 식의 대립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분명 사회는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좋은 징조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물결이 넘어야 할 것들이 태산같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미디어에서 페미니즘을 주제로 새로운 각도의 글을 게재할 때나,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발언이나 행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식의 조명이 드러날 때면 인터넷 댓글창은 전쟁터가 되기 십상이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페미니즘 운동의 본래 취지와 목적이 아닌, '누가 진짜배기 페미니즘이냐'는 식의 편가르기 논쟁이다.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 메갈리아 논쟁부터, '나는 양성평등주의자지만 이런 식의 행동은 두고 보기 어렵다'는 때 아닌 '고백(?)'까지 누가누가 페미니즘을 가장해 물을 흐리고 있는지를 잡아내려는 수많은 시도들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한치 앞도 나아갈 수 없을 만큼 훼방을 놓기도 한다. 결국 메갈리아식 논조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공격적이지 않게, 하지만 성평등을 주장하는, 등등. 페미니즘에는 갖가지 조건들이 붙는다.


"스티브가 주인공인 것은 그가 널리 알려져야 할 예외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는? 아마 아름답지 않았다면 큰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은 흥미롭든 흥미롭지 않든 이야깃거리는 '아름다운' 여성에게만 일어난다고 배운다.

'아름답지 않은' 여성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 p. 108


아름다움의 신화에서는 페미니즘 운동마저 자유롭지 못해

이러한 다각도의 사회적 편견과 방해공작들은, 애초에 여성의 권리 신장 및 보호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에까지 아름다움을 바라기 시작한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얼굴까지 예쁜' '그렇게 파인 옷을 입고 페미니즘 운동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 등, 사회 각층에서 진행되는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아직까지 기형적이다. 결국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없애나가고자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이 또 다시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에 결박되는 꼴이다. 취지의 순수성을 계속해서 의심받는 현재 페미니즘이 처한 현실은, 오랜 시간 여성들이 겪어 온 사회적 편견과 놀랍게도 닮아 있음을 여기서 알 수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페미니즘, 그 자체로 완벽한 페미니즘에 대한 환상이다.


"문화는 여성을 아름다우면 지성이 없고 지성이 없으면 아름답지 않은 존재로 단순화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신화에 맞게 여성을 정형화한다.

여성에게 정신과 육체 가운데 하나만 허락하고 둘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 p. 105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오랜 시간 여성들을 결박해오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족쇄를 낱낱이 파헤치는 페미니즘 저서다. 특히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속박의 기원이 대부분 '아름다움의 신화'에서 온다고 믿는 작가는 일, 문화, 종교, 섹스, 굶주림, 그리고 폭력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움의 신화'가 어떤 방식으로 여성들을 괴롭혀 왔는지 철저하게 분석한다. 가사 노동에 일관했던 기존의 사회를 벗어나, 고용 노동 사회에 남자와 함께 바로 서게 된 여성에게 우리 사회는 또 다시 '미적 추구의 노동' 임무를 지우고 있다는 주장부터, 여성에 대한 이상적 이미지가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에게 그릇된 강박을 심어주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조금씩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더 나은 가능성으로 나아가려는 여성들에게 어째서 사회는 문을 굳게 닫고 있는지 작가는 곰곰이 생각하며 수많은 저서와 통계자료, 논문들을 인용한다.


"여성이 아름다움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나 여성을 노동자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평가하는 것은

날마다 직장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경제적 불의를 은유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 p. 99


같은 여성조차도 쉽게 의식하기 힘든

여성의 정체성이 단순히 사회가 바라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책 전체에 꼼꼼하게 녹아 있다. 책을 읽다보면, 편견의 대상인 같은 여성조차도 쉽게 의식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의 신화(the beauty myth)'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한다는 걸 알고 깜짝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아마 아름답지 않았다면 '테스'는 큰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 여성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Image Ⓒ 서울신문


* 덧붙임

번역되어 국내에 출간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원서인 'The Beauty Myth'가 출간된지는 시간이 조금 되어 가끔씩 시대적으로 공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번역투가 조금 있어서 이해가 단번에 되지 않는 작가의 문장들이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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