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지음, 엘렌 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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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튜스, <뉴욕의 고양이들> 리뷰

 아르테, <뉴욕의 고양이들>

ⓒ 북 21


세상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만 있다고 한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한 소설 '검은 고양이'의 이미지 탓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검은 고양이가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을 믿는 이들도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검은 고양이들이 억울할 만하다.

어차피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검은 고양이나 하얀 고양이나 얼룩 고양이나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마트에서 참치 캔 3개를 사면, 두 개는 우리 집 김치찌개에 넣고 한 캔은 꼭 길고양이에게 나누어 주곤 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 고양이, 매우 통통하게 살이 올라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귀가할 적마다 (시간을 어떻게 알고) 칼같이 오피스텔 현관 앞에 서서 누구나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야옹'거리던 그 아이는 어디서나 밥을 잘 얻어먹는 고양이였다. 길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교가 늘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애정을 많이 받아서 사람들과 친숙해진 건지는 알 수가 없었으나, 분명한 사실은 이미 그 고양이는 내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딱히 우리 집에 사는 고양이도 아니었는데, 나는 이미 그 아이의 집사였다(...).



 ⓒ 아르테, <뉴욕의 고양이들>


- 고양이는 참으로 신기한 생명체입니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만, 아마도 이유를 한 가지만 댄다면 (물론 이유가 너무 많다.) 그건 예측할 수 없는 고양이의 행동패턴 때문일 것이다. 도통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데 비해, 간혹 바보같은 (하지만 지극히 사랑스러운) 행동을 연발할 때마다 인간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예쁜 집을 마련해줘도 굳이 다 낡아빠진 상자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일. 너무 좁아서 상식적으로 거기 어떻게 들어갔나 싶은 공간에 굳이 몸을 구겨넣고 인간을 부르는 일(네가 들어가고 왜 부르는데?). 죽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일. 이해하고 싶어도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고양이를 보며, 사람들은 그저 고양이를 바라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끔씩 손을 내밀어 줄 뿐이다. 인간과 함께 있지만, 그 어떤 반려동물보다 독립적이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생명.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가끔씩 스마트폰을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렇다고 게임이나, SNS나, 그런 걸 하지는 않을 거야.

시간 낭비 같거든.


그럼 어디에 쓰고 싶은데?


참치 캔 같은 걸 주문하는 데 쓰고 싶어.

- 허니듀, 로어 이스트 사이드


 


 ⓒ 아르테 <뉴욕의 고양이들>

- 세상에서 가장 쿨한 고양이들을 인터뷰하다

짐 튜스의 책 <뉴욕의 고양이들(FELINES OF NEW YORK)>은 저자가 뉴욕의 고양이들을 직접 만나고 취재하며(?) 작성한 인터뷰를 사진과 함께 실은, 재미있는 프로젝트의 기록이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뉴욕시의 집사들'에게 직접 연락해 고양이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자세한 사정들을 직접 글로 옮겼다. 우리에겐 다 똑같은 소리로 들리는 그들의 언어를 작가만의 관점에서 (작가도 사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다.) 재치있고 엉뚱하게 풀어냈다. 쿨하지만 나름대로의 사정과 사연을 간직한 뉴욕의 고양이들을 사랑스러운 사진으로 한 번 만나고, 그들의 짤막한 인터뷰로 두 번 만난다. 인터뷰 내용은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고양이에 매료된 집사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개를 끄덕일지도.

너도 나처럼 고양이라면 사람들이랑 소통할 때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해야 해.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하지.

"먹을 걸 얻기 위해, 사람이 하는 짓을 어디까지 참아야 할까?"

- 킵, 그래머시



 ⓒ 아르테 <뉴욕의 고양이들>


이 책을 빼곡히 수놓은 1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은 제각기 다른 삶과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고양이 특유의 도도함과 단순함이 가져다 주는 '통찰'은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자기계발하는 고양이, 대학에 다니고 싶었던 고양이, 집을 나온 고양이, 그리고 사랑에 빠졌지만 실패한 고양이까지.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 들려주는 몇 가지 말들은, 사실 작가가 다년간의 집사 생활(!)을 통해 고양이로부터 느끼고 배우며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중한 기억들일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보는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랑을 표현하는 건 뭔가를 해 주기보다 뭔가를 안 해 주는 거야.

예를 들어 내가 널 사랑한다면, 난 네 침실 문 앞에 똥을 안 싸겠지.

- 롤로, 파크슬로프



 ⓒ 아르테 <뉴욕의 고양이들>


꽃이 먹고 싶으면, 꽃을 먹을 거야. 꽃을 먹는 나를 이상하게들 보지만, 뭐 어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냥 해 버려.

꽃을 먹고 싶으면, 그 망할 것들을 냅다 먹어 버리라고.

- 노먼, 부시윅



* 덧붙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히 권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책을 유쾌하게 읽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사진이 사랑스러운 것은 물론, 인터뷰도 무척이나 재밌다.

아쉬운 건 표지가 생각만큼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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