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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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리뷰

김하나, 김영사,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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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면 뭐든지 하기가 참 싫어진다.

철이 없다. 청개구리같은 심보라서 시키는 일은 재미가 없고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에만 몰두하기를 좋아하니 말이다. 때문인지, 전공 성적은 이것저것 들쑥날쑥하다. 좋아하는 수업은 점수도 수월한데, 그렇지 않은 과목은 수업 일수를 간신히 채우기가 다반사다. 이렇게는 도저히 어른이 못 되겠다 싶은 때도 많다. 어느 잡지에서 읽었다. '성공하는 비결은 내 관심의 30% 정도는 내가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는 거'라고. 그렇게 되면 정말, 나는 성공하기 글렀다. 내 관심의 거의 99%는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만 쏠려 있기 때문에.


밥을 벌어 먹기가 불가능하진 않아도, 시간은 좀 오래 걸릴 것 같아 문제다.

이렇게 내 고민을 털어놓으면 누군가는 와서 참 행복한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 줄 아느냐고. 나도 안다. 내가 복 받았다는 걸. 하지만 좋아하는 것만 해서는 밥을 벌어 먹기까지는 불가능하진 않아도, 시간은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그게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토익 점수도 올릴 수 없고, 면접관 앞에서 유려하게 말솜씨를 뽐내기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좋아하는 게 이토록 죄책감이 들어서야 되겠나.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건 이미 당신 안에 있다. 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참 좋아하는 나이키 광고의 카피다.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꼭 무언가를 갖추고 마련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이미 가진 것에서 창의성은 시작된다.


- <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p.69

모든 이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은 거룩할 것이나 모든 이에게서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욕심이나 아둔함에서 비롯된다. 전지전능하지 않은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 배제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비로소 어떤 색깔이 생기기 시작한다. 만둣국도 하고 아구찜도 하는 집보다는 만둣국만 하는 집이나 아구찜만 하는 집이 더 맛있는 법이다.


- <커플을 받지 않는 게스트하우스>, p. 17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열심히 좋아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내가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나는 또다시 나만의 좋아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다시 알아가고 있다. 아마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지금 글을 쓰는 일에 빠져있는 것처럼 언젠가는 내 전공인 프랑스어에 푹 빠져있는 날이 늦게나마 올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늘려가는 기쁨을 알아가는 것도 요즘의 즐거움이다. 물론 아직 철이 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미디언 중 하나일 엘렌 드제너러스는 2007년 제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사회를 맡아 시작하면서 이런 농담을 했다.


"저에겐 참 대단한 밤입니다. 전 요만한 꼬마일 적부터 언제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고 싶어 했어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카데미에서 상을 타기를 원하지만 저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기를 원했지요. 그러니 어린이 여러분, 여기서 교훈을 얻으세요.

'목표를 낮춰 잡을 것 Aim lower.'"


- <어깨에 힘 좀 빼고>, p.236


거창한 관심사 하나도 중요하지만, 가볍게 시작한 이야깃거리들이 우연치않게 우리 삶을 안내할 수도 있다. 김하나 작가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이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작 이 책은 광고나 홍보와 관련된 이야기는 채 10%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일상 속의 크고 작은 소소한 이야깃거리들과 관심사를 두고 작가만의 생각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에 가깝다. 아이디어가 매일매일 번뜩이며 떠오를 것 같은 광고인들도 보통 사람과 별다르지 않은 삶을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삶의 작은 부분들을 눈여겨 보는 그들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관찰해볼 수 있다는 것은 이책의 장점이자 요지라고 봐도 되겠다.

삶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 우선 농담부터 시작할까요?

공갈빵을 씹다가도, 대중가요의 노래 가사를 듣다가도 시작하는 각각의 에세이들은 가볍고 담백한데, 이렇다 할 진지함도 크게 묻어나지 않는다. 정말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시작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의 작은 꼭지들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디테일한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 적당히 가르쳐주고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 아니라, '정말 별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생각까지?' 싶은 글도 많다. 편하게 읽되, 조그마한 것에서 넓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잠시나마 길러볼 수 있다. 작가의 일러스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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