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어른 - 김지은 평론집
김지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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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두고 우리들은 그들을 얼마나 낮게 평가하고 있는가. 모든 중요한 사안에서 아이들은 쉽게 배제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 사안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삶, 그 자체와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마치 사회 안에 존재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들의 삶에 대해 말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시선은 누구보다 정확할 적이 많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른이 되기 전, 어린 아이였던 시절을 거쳐 왔다. 누구나 회고해볼 수 있듯, 어린이라는 시절이 단순히 아무런 생각도 관심도 없이 장난감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시절이라고 쉽게 정의내려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 ​ 아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것이 결코 잘못된 것은 아니다. 비뚤어진 시각도 아니다. 본디 사물을 바라보는 데는 한 가지 시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선은 그런 점에서 새롭고 참신하며 누구보다 정확할 적이 많다.


총선을 바로 앞에 두고 각종 후보들의 선거 공약 유세가 한창이다. 동네방네 마이크를 쥐고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제창하는 후보들의 입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약은 도무지 찾아 보기 어렵다. 아동 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바로 어제 오늘의 일이다. 정치판에서 아이들은 다시 뒤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언제나 늘 그래왔듯, 아이들의 삶과 관련한 이야기는 단순한 9시 뉴스거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단지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너무 빨리 깨쳐버리는 것.​ 

김지은의 <거짓말하는 어른>은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과 주체적인 아이로 독립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옥죄고 심지어는 아프게 하고 있다. 세상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은 학대당하는 줄도 모른 채 어느날 갑자기 발견되어 뉴스거리에 오르고 그대로 끝이다. 아이들은 겁이 많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많다.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어린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정체성도 좀 더 빠르고 쉽게 정립할 수 있다. 어른들에게 단지 무서운 것은 아이들이 세상을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느 정도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깨쳐버리는 것이 아닌지.


동시에 문학은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거짓과 허구로 만들어져 있기에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은 아니지만, 세상과 꼭 빼닮아 있어 아이들은 그 안에서 이것저것 실천하고 시도해볼 수 있다. 문학 작품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말 하는 어른>은 이러한 아동 문학 작품들을 여실히 모아 묶은 아동 문학 평론집이다. 작품성 있는 다양한 아동 문학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각종 아동문제들을 되짚어 볼 수 있다.

어른들이 읽기 좋은 아동 문학의 첫걸음. <거짓말하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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