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뭐라고 -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사노 요코, <자식이 뭐라고>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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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심심해'

사실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심심'하다. '사노 요코'라는 사람을 아는 건 그림책 <100만번 산 고양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그 작가가 원체 그렇게 '시크한' 여자라는데, 그건 사실 알 바 없다. 그녀의 다른 책은 읽어본 적도 없으니.


이렇게 심심한 책을 구매하게 된 경로는 단순히 마케팅(!) 때문이었다. 해당 책을 낸 출판사에서 올린 페이스북 카드뉴스는 눈물이 마구 샘솟는 최루성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엄마에 대한 감성을 건드리기는 충분했다. '아, 이건 사야겠다.'

에세이집 같은 건 돈 주고 사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나름의 충동구매다.


세상에 흔하고 널렸지만 애정이 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심하지만 나쁘지 않게 편안한 책이다. 아들과 엄마 얘기라니, 부모가 있는 자식이라면, 그리고 자식을 둔 부모가 세상에 흔하고 널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단순하고 뻔한 책이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자식이 뭐라고>는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그녀의 아들 '겐'을 키우고 관찰하며 적어내려간 하나의 일기와도 같은 기록이다. 작가가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들을 바라보고 지켜보며 적었던 흔적에는 그저 평범한 엄마로서의 따듯한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다. 문제는 말 안 듣는 아들 '겐'이 엄마의 이런 기록을 무척이나 싫어했다는 점이다. 어린 아들이었던 '겐'을 키우는 동안 사노 요코의 작품에는 아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지만, 그녀를 닮아 약간 까칠한 아들은 그 점을 싫어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요코의 작품에 아들이 나오는 일이 사그러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은 뒤, 아들 '겐'은 엄마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책으로 발간하는 청개구리(?) 같은 짓을 저지른다. 책의 말미에도 적혀 있듯, 독자들을 눈물 짓게 할만큼 구구절절한 그간의 사연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다. (기대했는데 아니더라...)



" 아아, 미안했어. 그렇게 쓰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쓰도록 내버려뒀을 텐데.

 ​미안, 엄마.


 내가 이렇게 생각할 리 없다. 그녀가 만약 지금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과장과 허풍을 한층 더 교묘하게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더욱 많은 낯선 아줌마들이 내가 모르는 나와 친척처럼 되었을 게 틀림없다. 무섭다, 무서워."

 

- 후기를 대신하며, 히로세 겐 -


자식이 진짜 뭐라고

태어날 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은 다 시키는데, 막상 머리가 커지면 커졌다고 또 대들고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정말 자식이 생각해봐도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키운다는 건 좋은 게 하나도 없다. 히로세 겐의 후기을 더 넘겨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 보면 '부모는 자식을 통해 새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내가 낳았지만, 온전히 나는 아닌 다른 존재가 바로 자식이다. 사노 요코가 아들 겐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관찰해 기록해나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내가 낳았지만, 내가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하나의 소중한 존재. 결국 부모가 바라보는 자식도, 자식이 바라보는 부모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관찰하고 소중히 응시하는 관계 안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자식이 진짜 뭐라고.



아쉬운 점

처음에 이 책을 만약에 소개한다면 누구에게 적합한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자식을 둔 부모? 혹은 부모를 둔 자식? 나는 자식의 입장에서 엄마를 떠올리며 읽었지만, 그다지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다만 버릇없는 '겐'이 좀 짜증났을 뿐이다(!).

가장 좋은 건 아들을 둔 엄마가 읽는 게 싱크로율도 맞고 공감도 잘 되겠다. 쓰고 보니, 별로 현명한 소개는 아닌 것 같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책이 다소 짧다. 두께가 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겐이 훅훅 크더니, 중간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 끊기는 기분이 들 적이 많다. 아마도 '그놈의 버르장머리없는?' 아들내미가 엄마가 글 쓰는 걸 못하게 해서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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