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흑발 민음의 시 239
김이듬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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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차오르는 거리를 걷는다 저녁은 암청색 방수포를씌운 트럭처럼 나를 앞지른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 이길이 맞나 저지대의 내 방은 만조가 아니어도 미온의 물에 잠겨 버리고 새로이 나는 집을 찾아 헤매곤 한다

외투는 문턱에서 벗을 것 가슴에 금을 그으며 오늘의수위를 확인한다 사람은 누수한다 동시에 모두가 눈을 깜빡였다면 내 침대는 눈물에 떠내려가지 욕조 안에 넣어둔 책들은 젖지 않았다

물에 뜬 책상 앞에서 물에 뜬 의자에 앉아 나는 장화에담긴 물을 마시듯이 글자를 적는다 묶어 놓은 편지 다발은 눈물로 가득 찬 얼굴 진정하지 않는 너의 고양이가 젖은 책의 젖가슴 위에서 떤다

- 「젖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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