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봄날의책 한국시인선 1
성동혁 지음 / 봄날의책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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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이 첫눈을 이고 광장으로 향했다
눈과 평행으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문장을 썼다
나는 이 문장을 쓰기 위해 모스끄바에 왔다
첫눈이 오면 첫눈이 오면
돌아온 서울에도
첫눈이 오면
만나자 시차를 맞추며
짐을 다시 제자리에 풀고
오백 루블 짜리 마트료시카 앞에서
가을을 벗고 네가 나오길 바라며
이곳의 위도와 경도를 점성술처럼 외자
공항에서 헤어진 사람이
보호자처럼 캐리어를 세워 두고 한 인사였다
니퍼로 베어 낸 국경의 눈이
십일월에 도착하면
의자 밑의 발이
철사처럼 여물면
전기 없이는
흐르지도 않는 도시에서
모스끄바 동상들의 자세들을 연결하며
굳어 가지 않으려 무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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