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건너뛰고 여름. 네가 아니었으면 영영 깨어나지 않았을 여름.
제주 바다에 누워 생각했다. 너와는 바다에 가보지 못했다는 걸. 너랑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처럼 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사랑하는 작은 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떤 시간 속에 영원히 갇혔을 거다. 그만 일어나라고, 밖으로 나가자고 말해준 나의 짱이를 사랑할 수밖에, 기억할 수밖에.

개와 함께한다는 건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 어떤 순간에도 귀엽고 믿음직한 개는 말한다. 네가 누구든 너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일이야. 까만 코로, 따뜻한 이마로, 폭신한 발바닥과 안아 들기 적당한 무게로, 조그만 짖음으로.... 더 큰 사랑을 들려준다. 우리 인간이 듣지못한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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