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1
김이듬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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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봄, 새벽에 일어나 내게 찬합 도시락을 싸준 시인은 이제 음식을 드시지 못한다. 객지에서 잘 먹어야 된다, 이듬아. 사람이 먹어야만 산다는 것이이상하지 않니?" 그해 봄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나를 정류장까지 배웅하며 차비를 쥐여주던 시인은 앉아 누우셨다.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보리밭길을 걸어얼음 창고가 있던 산마루에 갔다. 산책 중에 언니가내게 물었다. "시인이 될 결심을 언제 했니?"
"결심한 적은 없지만 자연스레 이리되었네요. 이곳에 와서 언니를 만나겠다고 정한 적 없듯이."

나는 뮌스터에 있는 호스텔에서 사흘 머물렀다.
양철 식기에서 스프를 떠내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다. 하얀 침대, 넓은 책장은 없었지만 이젠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렇게 중얼거렸다. 속으로 몇 번 중얼거려보니까 진짜로 모든 게 허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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