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 - 피나, 당신의 카페 뮐러 활자에 잠긴 시
안희연 지음, 윤예지 그림 / 알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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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그날은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이었고, 오들오들 떨며 오지않는 버스를 한참 기다렸으며, 기다린 보림도 없이 만원 버스에 실려 덜컹덜컹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신발에 밟히고 가방에 치이면서 생각했다. ‘너 시 쓰는 거 정말 좋은 거 맞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자 빵집으로 들어가 쟁반 가득 빵을 골랐다. 종이봉투에 한가득 빵을 사 들고 온 내게 남편은 웬 빵이냐고 물었다. 눈물 젖은 빵이라고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게 무슨 빵인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는데 이상하게 미움이 녹았다. 빵으로 달랠 수 있는 마음이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물론 빵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도 있다. 시는 그런 마음들을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좋은 게 좋은 거야, 단순하게 생각해, 그런 말들에 쉽게 지배당하는 세상에서 그렇게 단순하게 문제를 뭉뚱그리지 마, 대충은 없어, 정말 그게 네가 원하는 삶이야? 긴 창을 들고 파수꾼처럼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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