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문학동네 시인선 86
김상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희는 아는가, 후회하는 자가 아니라,
영영 후회하는 상태에 사로잡힌 삶에 대해.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슬픔과 정원을 기계에 맡기었다.
매일 밤 머릿속을 구르는 바퀴의 소음이 성 밖으로 또 한 수레 샐비어를 실어나른다.

...... 성벽을 높이고 호를 파는 시절 너머로 보낸
나의 사절단은 결혼을 하고 아이도 기른다네.
그들은 이 시대가 방영되는 화면의 오래된 자막을 읽으며,
자신이 고수했던 양식을 잊어간다네.
너희는 아는가, 이별하는 자가 아니라,
이별하는 상태에 사로잡힌 삶 위에 덧입는
휘황찬란한 의복에 대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