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믿었던 지배 - 병리적 인간이 당신을 선택하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
네이딘 매컬루소 지음, 문가람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

네이딘 매컬루소 | 생각지도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폭력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교제폭력이나 데이트폭력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왜 헤어지지 않았을까?", "왜 그 사람 곁에 계속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 역시 막연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피해자가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관계였던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인 네이딘 매컬루소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실제 주인공 조던 벨포트의 전 아내이자, 오랜 시간 강압적 통제와 트라우마 유대를 연구해 온 심리치료사다. 자신의 경험을 감정적으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상담 사례와 심리학적 연구를 함께 엮어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지배의 그 이유와 근거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가장 먼저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는 사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첫 장이었다. 우리는 사랑을 희생이나 헌신으로 미화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접하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해 참고,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 믿음이 때로는 위험한 관계를 견디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은 오래 남았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경계를 계속 허물고 있었다면, 그것은 건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트라우마 유대'라는 개념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폭력만 있었다면 관계는 비교적 쉽게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는 폭력과 다정함을 번갈아 보여준다. 상처를 준 사람이 다시 위로를 건네고, 냉정하게 밀어냈다가 다시 사랑을 약속한다. 이런 반복은 피해자의 감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결국 가해자에게 더욱 강하게 묶이게 한다. 책에서는 이를 '간헐적 강화'와 권력의 불균형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데, 읽으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관계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기사에서 자주 본 듯 하다.



특히 '그는 뒤틀린 괴물인가, 다정한 연인인가'를 읽으며 가장 섬뜩했던 것은 병리적 인간이 처음부터 폭력적인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친절하며 상대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그래서 피해자는 현재의 폭력을 보면서도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올 거야'라는 희망을 놓지 못한다. 문제는 그 다정함조차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통제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 제목인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가 왜 이렇게 절묘한지 이 대목에서 실감했다.



읽는 동안 여러 사회적 사건들이 떠올랐다. 뉴스에서는 종종 교제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왜 신고하지 않았나", "왜 그 관계를 유지했나"라는 말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질문 대신 '왜 그렇게까지 통제당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바라보게 만든다. 피해자를 이해하는 시선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사회적 의미도 크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병리적 인간의 특징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타인을 의심하며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사람은 쉽게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대의 말보다 자신의 불안과 불편함을 먼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이라는 책이 주는 메시지를 기억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물고기처럼 노래하라』

아모리나 킹던 | 문학수첩



생태학에 관심이 많은 요즘이다. 물고기가 새처럼 노래한다니 참 아름다운 사유가 아닌가.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태학에 관심이 적을 뿐 아니라, 특히 물속 생태에 대해서는 더 무심하게 살아간다. 바다는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그 안에서 어떤 생명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듣고 어떻게 서로를 부르는지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물고기처럼 노래하라』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물고기는 정말 노래할까?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바다의 소리는 어떤 세계일까.



이 책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준다.

저자는 바다를 단순히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이 끊임없이 소리를 주고받는 거대한 합창단으로 바라본다. 인간에게 바다는 푸른 풍경이지만, 물속 생명들에게 바다는 소리로 이루어진 지도이자 언어이며 삶의 터전이다.

첫 장 '물속 숲으로'에서는 우리가 시각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는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예전에 EBS 방송에서 다큐를 본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인간이 숲에서 새소리를 통해 계절을 느끼듯, 바다 생명들은 소리를 통해 먹이를 찾고 위험을 감지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바다가 갑자기 낯선 세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느껴졌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장은 '물고기와의 대화'였다. 물고기들은 침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짝을 찾기 위해,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 위험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지금까지 인간은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뿐, 사실은 그들의 언어를 듣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반향위치측정과 소리를 통한 정체성, 그리고 고래의 노래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자연이 만들어낸 소리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고래의 노래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리듬과 반복, 지역마다 다른 특징까지 가진 문화적 표현이라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노래를 인간만의 예술이라 생각하지만, 자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오고 있었음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

그러나 책의 분위기는 후반부에서 무겁게 변한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운송'에서는 인간이 만든 소음이 바다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준다. 선박 엔진, 해양 개발, 군사용 음파 탐지기 등 인간이 만들어낸 소리는 고래와 돌고래뿐 아니라 수많은 해양생물의 이동과 번식, 생존을 위협한다. 우리가 도시의 소음공해를 이야기하듯 바다 역시 거대한 소음공해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마지막 장에서 결국 이 책은 과학은 데이터를 제시하지만, 결국 행동을 바꾸는 것은 감수성과 공감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책은 소리를 통해 생명을 다시 이해하는 책이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먼저, 자연에도 언어와 음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딱딱하지 않고, 과학을 설명하면서도 시처럼 아름답다.



우리는 종종 세상을 눈으로만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귀를 열어 보라고 말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그곳에는 파도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의 노래가 함께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는 순간, 생태계를 향한 우리의 태도 역시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울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그루잠

덕자 장편소설




표지도 예쁘고 제목부터 남다른 소설이다. '그루잠'이라는 단어는 잠에서 깼다가 다시 드는 잠을 뜻한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이 제목은 단순히 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이 다시 삶을 붙잡는 과정을 은유하는 말이라고 느껴졌다.

처음에는 잔잔한 성장소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될수록 현실과 환상, 기억과 꿈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며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보다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걸어보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윤설이 있다.

윤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증명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울고 싶은 순간에도 웃는 것이 더 빨리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배워 버린 사람이다.


소설 초반, 윤설의 어린 시절이 펼쳐지는 부분은 담담한 문체 덕분에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큰 사건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서술할 때 아이가 감정을 삼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웃는 얼굴이 가장 빠르게 상황을 끝내는 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라는 문장은 윤설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그 이후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이해될 만큼 강렬하게 기억된다.

이 소설에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기묘한 공간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윤설이 화장실에서 우주를 상상하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사방이 막힌 작은 공간을 해왕성으로 상상하며 현실을 잠시 잊는 모습은 어린아이만의 상상이라기보다 견디기 위한 생존 방식처럼 느껴졌다.

'해왕성에도 여름은 온다'는 문장은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곱씹게 되었다. 아무리 차갑고 멀리 있는 곳에도 언젠가는 따뜻한 계절이 찾아온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현실인지 꿈인지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다이어리, 기억의 공백,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서로 얽히면서 독자는 윤설과 함께 조금씩 진실을 찾아가게 된다.


작가는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빈칸을 남겨 두고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연결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읽는 동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일까, 기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세계일까'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가장 크게 다가온 감정은 원망이었다.

분노는 순간적으로 터지고 사라지지만, 원망은 그렇지 않았다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원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설은 끝내 누군가를 완전히 미워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누껴졌다. 선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처를 입고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보여 주는 인물이었다.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쓰였는데도 문장마다 감정이 오래 남는다. 화려한 표현보다 절제된 문장이 더 큰 울림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라기보다 한 문장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독자를 억지로 울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조용히 보여 주기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윤설의 마음이 쉽게 떠나지 않았고, 제목인 '그루잠'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삶에서 한 번쯤은 깨어나기 싫은 현실과 마주한다. 그럴 때 잠시 쉬어 가는 시간,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시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낯선 집,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저 │ 사계절




재일 조선인 3세로 살아온 삶은 어떤 것일까. 쉽게 상상하거나 가늠할 수 없는 삶이다. 디아스포라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남의 삶을 함부로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 나는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이 책을 펼쳤다. 조경희라는 이름을 가진 재일 조선인, 일본에서 나고 자란 연구자의 목소리를 직접 만나 보고 싶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책이 누군가를 대신해 말하는 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경계 위에 놓여 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연결해 나가는 기록이라는 점이었다.



1부 '시민의 경계'를 읽으며

재일 조선인과 귀환 이주민, 난민 등 국가와 시민권의 경계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특히 '돌아온 불완전한 동포들'은 '귀환'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사람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온전한 소속감을 갖기 어려운 현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 국적은 있어도 집은 없는 듯한 느낌 아마 저자도 발길을 돌린 이유가 아니었을까??

또 '배반당한 다문화주의 챕터에서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난민과 이주민에게 얼마나 배타적인 시선을 보이는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2부 '혐오의 거울'은 가장 무겁게 읽은 부분이었다. 일본 사회의 역사수정주의와 혐한 정서, 그리고 혐오가 어떻게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혐오를 특정 집단만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혐오는 사회가 만들어 낸 구조와 감정이 반복되며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진지하게 느껴졌다.

'우리 안의 역사부정'을 다룬 장에서는 한국 사회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 안의 배제와 혐오까지 함께 성찰하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이 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부 '사이공간의 페미니즘'에서는 재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식민주의와 젠더, 민족이라는 여러 층위와 교차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일본의 미투 운동과 재일 여성들의 위안부 운동을 함께 읽어 내려가는 부분 정말 정독했던 부분이다.


페미니즘을 하나의 보편적인 언어로만 설명하지 않고, 각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디아스포라라는 경험 속에서 다시 해석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교차성'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 주어 이해하기 쉬웠다.


재일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도, 재일 조선인이라는 이유만도 아니라 여러 정체성이 겹쳐질 때 더욱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집'이었다.


이 책에서 집은 단순히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이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자리이며, 마음 놓고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목의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문장은 비교적 차분하고 논지가 명확하다. 역사와 사회학, 젠더 연구가 함께 어우러져 있어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만큼 여러 번 생각하며 읽게 된다. 한 장을 읽고 잠시 멈춰 메모를 하게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AI 브랜드 에이전트 - AI 대항해 시대, 살아남는 마케터의 브랜딩 전략
정허로 지음 / 박영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AI 브랜드 에이전트

정허로 저 | 박영사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었다. AI가 모든 산업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마케터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브랜드 에이전트'라는 다소 낯선 개념이 궁금했고, 지금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펼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책이 단순히 AI 툴을 소개하는 실무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평소 우리는 인공지능 관련 책을 정말 많이 봤다.

이 책은 생성형 AI의 활용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시대에 브랜드가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그리고 마케터가 어떤 관점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1부 '판매의 종말, 케어의 시작'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시대는 끝나고, 고객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돌보는 '케어(Care)'가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케어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관계를 더욱 오래 이어 갈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 단순히 자동응답을 잘하는 AI가 아니라 고객의 상황을 기억하고,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관계를 이어 가는 브랜드가 앞으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이어지는 '브랜드 에이전트의 4가지 엔진'에서는 플랫폼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브랜드만의 경쟁력을 설명한다. AI를 잘 쓰는 기업보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꾸준히 관계를 쌓는 브랜드가 결국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저자의 논리가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얽힘'이라는 개념이 기억에 남았다. 브랜드와 고객이 시간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관계를 '끊을 수 없는 밧줄'에 비유한 부분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브랜드 철학처럼 느껴졌다.


2부가 가장 실용적이다. AI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검색 중심의 마케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선택받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이중 언어 전략'은 흥미롭게 읽었다. 앞으로는 사람만 이해하는 콘텐츠도, AI만 이해하는 데이터도 아닌 두 존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검색이 사라진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에서는 AI가 추천하는 시대가 되면 브랜드가 단순히 노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맥락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SEO 중심의 사고에서 브랜드 경험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브랜드 연합'에서는 기업 간 협력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리더의 결단'에서는 AI 도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권한과 조직문화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실제 기업에서 AI 프로젝트가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 부록도 의외로 유용했다. 선언문이나 투자 가이드처럼 실무자가 참고할 수 있는 내용뿐 아니라 데이터 연동과 보안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까지 함께 담겨 있어 책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기술은 점점 평준화되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관계를 설계하는 능력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브랜드의 경쟁력은 더 이상 광고비나 노출량이 아니라 얼마나 깊은 신뢰를 만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