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호메로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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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오디세이아」

박용남 평역/ 리미트리스





인간의 가장 먼 항해는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최근 여러 판본을 읽으며 더 좋은 방향을 찾는 중이다.

오디세우스, 키클롭스, 세이렌, 키르케, 트로이 목마, 페넬로페.

『오디세이아』를 읽지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본 이름들이다. 나 역시 이야기의 유명한 장면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원래 이렇게 재미있었구나.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오디세이아』는 익숙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원전의 구조를 따라가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런데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뒤부터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오기까지의 긴 여정을 시간 순서대로 다시 펼쳐놓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지금 이 장면이 언제였지?’ 하고 앞뒤를 뒤적일 필요가 거의 없다.

예를 들면 트로이아를 무너뜨린 뒤 시작된 귀환, 키코네스와 로토파고이, 키클롭스의 동굴, 아이올로스의 바람주머니, 키르케, 죽은 자들의 나라, 세이렌과 스킬라, 칼립소의 섬을 지나 마침내 이타카로 돌아오는 길. 알고 있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긴 항해가 되어 연결된다.




특히 키클롭스의 동굴 장면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외눈박이 거인을 속이고 탈출한 영웅’ 정도로 기억했던 장면인데, 막상 이야기 전체의 흐름 속에서 읽으니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이 왜 힘보다 지혜와 판단의 상징인지 알 수 있었다.

20년 만에 돌아온 주인을 가장 먼저 알아보지만,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죽음을 맞는 개 아르고스의 장면은 짧아서 더 아팠다. 거대한 전쟁과 신들의 개입으로 가득한 서사 속에서 이상하게도 이런 작은 장면들이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해설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고대의 이야기를 단순히 ‘옛날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괴물과 모험으로만 보았던 장면에서 인간의 판단과 욕망, 자격과 책임 같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축약판과도 다르고,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구조를 해석해야 하는 완역본과도 다른 자리에 있다.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원전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 책.



그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차이였다.

『오디세이아』는 3,000년 동안 살아남은 이야기다. 그런데 오래 살아남은 고전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렵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오래된 이야기를 오늘의 독자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것도 좋은 고전 읽기의 방법일 테니까.

20년 동안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이 집에서는 한 여자가 기다렸고,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떠났으며, 수많은 사람과 괴물이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돌아왔다.

읽고 나니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보다 돌아갈 곳을 잃지 않기 위해 끝까지 자신을 붙드는 인간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돌아갈 곳을 기억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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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성희 지음, 권용철 옮김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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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여성의 자리에서 본 한국근현대사」

최성희/ 사계절 (펴냄)




역사를 배울 때 우리는 대체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먼저 배운다. 누가 나라를 다스렸고, 어떤 전쟁이 있었으며, 어떤 정권이 들어섰고, 민주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연대순으로 따라간다. 그런데 그 역사에서 여성의 이름은 삭제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뤘다.



왕비나 독립운동가처럼 특별한 위치에 있었던 몇몇 여성의 이름은 기억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여성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견뎌야 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책은 조선의 개항에서 시작한다. 명성황후와 개항 이후의 여성들을 살펴보면서 근대라는 거대한 변화가 여성들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후 식민지 조선으로 넘어가면 여성 교육, 여학생들의 ‘운동’, 신여성의 등장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특히 신여성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당시 여성들의 고민과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지금 너무 익숙하게 사용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말도 사실은 오랜 시간에 걸친 변화의 결과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역사책의 문법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라마와 뮤지컬, 영화와 잡지, 다큐멘터리 등을 함께 가져와 역사를 바라본다. 『덕혜옹주』나 『신여성』, 영화 <1987>과 <아이 캔 스피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도 흥미롭게 서술된다. 우리가 역사를 교과서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잡지와 소설을 통해 기억하고 해석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3장이 기억에 남는다.

일본의 전쟁 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국전쟁 속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 여기서 전쟁은 단순히 국가와 국가가 충돌한 사건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이 여성의 몸과 가족, 생존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함께 바라보게 한다. 조선의 무비 스타 문예봉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한 개인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어떤 선택과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어지는 독재와 민주화의 역사는 더욱 익숙하다. 하지만 여성의 자리에서 다시 보면 익숙했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도 여성들은 거리와 노동현장, 대학과 가정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싸워왔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뒤에도 여성들에게 새로운 문제가 남았다는 사실 역시 이어진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와 여성’이라는 소제목이 유난히 오래 남았던 이유다. 민주주의의 진전과 여성의 삶의 변화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1318 교양문고라는 이름답게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근현대사의 흐름을 영화, 드라마, 잡지, 인물 이야기와 연결해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역사를 처음 제대로 읽어보려는 청소년에게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근현대사를 다른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은 성인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다.

역사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동안 역사책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여성들의 자리까지 함께 들여다볼 때, 우리가 알고 있던 근현대사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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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 된다 - 돈의 본질을 꿰뚫는 담대한 선언
야마구치 요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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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나는 돈이 된다 」돈을 벌기 전에, 내가 가진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

야마구치 요헤이/ 한빛비즈




‘나는 돈이 된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도발적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일까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이 이야기하는 ‘돈’은 단순히 통장에 쌓이는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나는 무엇으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가치는 왜 돈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연결되지 않기도 하는가.

책은 의외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피카소의 그림은 왜 비쌀까?

고흐와 피카소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예술 작품의 가격이 단순히 투입된 노동시간이나 재료비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캔버스와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모두 같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가격에는 희소성, 신뢰, 브랜드, 시대적 평가, 시장의 욕망 같은 수많은 요소가 개입한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가치를 ‘얼마를 받고 일하는가’로 판단한다. 연봉, 시급, 팔로워 수, 매출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를 통해 나를 평가한다. 하지만 이 책은 가치와 가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속 보여준다.



가치가 있는데 아직 가격이 붙지 않은 것도 있고, 가격은 높지만 그것이 곧 본질적인 가치의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이 책에서 꽤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특히 저자는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승패는 싸우기도 전에 정해진다’는 문장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어렵다. 내가 어떤 시장에 서 있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나의 가치를 돈으로 바꿀 결심.’

여기에서 말하는 돈은 단순히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내가 가진 경험과 능력, 지식, 취향, 관계, 시간 등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가치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변화하는 시대에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결국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 책을 덮으며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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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오디세이 -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대서사!!
호메로스 원작, 손길영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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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3천 년을 살아남은 인간의 모험과 복수와 생존 드라마 『초역 오디세이」

스타북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웅 오디세우스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트로이의 목마를 떠올리게 하는 지략가, 수많은 괴물과 신들을 상대하며 살아 돌아온 인간.

초역은 늘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오디세우스가 좀 다르게 보였다. 그가 인간으로써 영웅으로써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티고, 얼마나 영리하게 자신을 숨기며,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는가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전쟁이 끝난 뒤부터 오히려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0년 동안 트로이에서 싸웠고, 이제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귀환에는 다시 10년이 걸린다. 바다에서는 포세이돈의 분노가 기다리고 있고,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와 마녀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같은 존재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동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자신은 모든 것을 잃은 채 바다에 홀로 남게된다.


이 긴 모험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은 괴물과 싸우는 장면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이름을 감추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폴리페모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묻자 그는 ‘아무도 아닌 자’라고 답한다. 이 장면은 단순히 영리한 탈출 작전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영웅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힘을 증명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는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향 이타카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왕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거지의 모습으로 궁전에 들어간다.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참고, 때를 기다린다. 당장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순간에도 자신을 감춘다.

이름을 감추는 의미에 대해 이전에 역자님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위대한 이름을 감추고 살아간다는 의미는 어쩌면 겸손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영웅’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오디세우스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지략을 과시하다가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오기도 하고,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동료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기도 한다. 그의 귀환은 결코 매끄럽지 않다. 수많은 선택과 실수, 상실과 후회를 지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오디세이아』는 결국 거대한 모험담이면서 동시에 돌아갈 곳을 잃지 않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역 오디세이』는 이 오래된 이야기를 비교적 빠르게 읽어낼 수 있도록 현대적인 언어로 정리했다. 신들의 계보나 복잡한 배경지식 때문에 고전 앞에서 멈칫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따라가기 좋다. 각 장면이 비교적 선명하게 펼쳐져서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모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도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오디세우스를 단순히 ‘힘센 영웅’으로만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영화 개봉 이후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는 오디세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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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
김한수 지음 / 생각정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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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 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

김한수 지음 | 생각정원




표지부터 아름다운 이 책, 처음엔 소설인가 싶었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제목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쉼. 숨. 섬. 세 글자가 이상할 만큼 천천히 마음에 들어왔다. 우리는 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숨을 쉬면서도 정작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지 못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나만의 시간을 원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답이 아니라 잠시 멈춰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쉼 숨 섬』은 27명의 사람에게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부와 스님, 목사와 불교학자 같은 종교인뿐 아니라 만화가, 래퍼, 야구선수, 화가, 정신과 전문의, 물리학자, 작가까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특정 종교의 가르침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마음을 돌보고, 삶의 균형을 되찾았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음을 바꾸라’고 다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흔들림을 바라보는 법을 이야기한다. 존 카밧진의 명상 이야기에서처럼 명상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수행이 아니라 숨을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다. 마음의 고통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생각보다 깊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반복된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고통을 삶에서 떼어내야 할 불필요한 것으로 보지 않는 점이다.

박대성·정미연 화가의 이야기처럼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고통마저 나의 일부라면, 삶을 회복한다는 것은 상처가 전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품은 채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자꾸 괜찮아지려고 한다. 빨리 털어내고,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어떤 마음은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아야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는다고 책은 말한다.




4부에서는 종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종교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수와 명상, 불교와 마음공부, 신의 침묵에 관한 이야기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어진다. 그들의 답이 모두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신을 만나는 방식도, 침묵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다르지만 결국 그들이 향하는 곳에는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쉼’과 ‘숨’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숨을 쉰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만도 아니었다.



쉼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고, 숨은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섬’은 무엇일까. 혼자이되 고립되지 않는 자리라고 읽었다. 사람에게는 누구도 대신 들어갈 수 없는 자기만의 마음이 있다. 이 가을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숨 고르기 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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