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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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은 장편의 독특한 소재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혹은 내 머릿 속 상상에서 한번쯤 그녀의 세계나 애정관이 보수적인 나에게는 이해하기 힘들어 괴리감이 컸는데 다행이다. 어쩌면 그녀는 그대로인데 단편이란 것이 가지고 있는 꺼리의 폭이 워낙 넓고, 그 다양함에 적응되어 있어 이해가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개와 하모니카>는 성공이다.

 

  책의 타이틀인 개와 하모니카가 역시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마음에 든다.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스쳐지나가는 불특정 다수가 그 순간의 주이공이 되어 각자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인상을 기록한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듯, 나를 스쳐간 그들 인생의 주인공은 그들이다. 각각의 고민과 삶이 단편적인 인상으로 나에게 기록된다는 것, 당연하고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마주하는 느낌은 또한 새삼스럽다. 그 새삼스러움을 그녀의 감각으로 깨운 것 자체가 대단하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지극히 에쿠니다운 <알렌테주>

  애정과 관심의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동성애자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런 자극적 소재에도 전혀 자극적이기 않다는 듯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6개의 단편 중 가장 모호하고 이해가 어려웠던 작품. 나에게 또한번 에쿠니는 쉽지않음을 알려준 글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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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름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4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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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귀여운 외모? 상상의 나라같은 무민 골자기의 매력? 아니면 등장 캐릭터의 독특한 면모들?

  나는 아무래도 얼빠인가보다. 이런 외모지상주의같으니라고....얼굴이 귀여우면 다 용서되는 스타일이었나보다. 무민골짜기에서 살고 있는 무민친구들도 나쁘지 않았고 무민가족이 경험하는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무민의 귀여운 느낌을 넘어서는 까닭을 찾지 못했다. 안타깝게도,,,그럼에도 이 녀석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걸 보면 나는 확실한 얼빠인가보다.

 

  위험한 여름은 어느날 무민골짜기에 쏟아진 비를 피해 들어간 외딴 집에서 경험하게되는 무민친구들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캐릭터가 변함없이 유지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토베 얀손이 대단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나 그들을 새로운 모험으로 인도하는 그 외딴집의 정체가 극장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연극이라는 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꿈이었고 희망이었고, 다시 누군가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매개체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돌보지 않게 만드는 소외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비판만을 담지 않고 무민가족과 얽히고 설키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갖게된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이 가족의 화해에 맞춰져 있기보다는 무민가족의 경험에 맞춰져 있어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는 부분이지만 나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애정표현의 차이가 와닿았다.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장편으로 쓰인 무민을 다시 만나지는 않을 듯 하다. 북유럽의 글이 가지고 있는 서늘함이랄까 그 느낌이 모험의 흥미진진함과는 거리가 멀어 따라가는 나로서는 쉽사리 흥이 돋지 않는다. 외려 이 이야기에서 무민의 매력을 발견하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대박을 터트린 일본인에 대해 존경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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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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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교 다닐 때 왜 이런 책이 없었을까?

  제망매가 :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

 이렇게 한 줄 요약으로만 외워댔던 무수한 시들을 색다른 방법으로 만났다.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 그 시를 지은 인물과 당시 시대적 배경을 깔아놓고 시가 나오게 된 이야기를 함께 들으니 안 외울래야 안 외울수 없게 된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은 거의 없었다. 유리왕의 황조가 정도만 선생님께 주어들은 기억이 난다. 고려가요의 경우는 대부분이 서민들이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을 노래한 것이라 토속적이고 향락적이라는 이유로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그 야리꼬리한 내용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많진 않지만 고려가요 몇 곡을 알게 된 점도 좋았다.

 

  특히 서경별곡!! 이 정도 스토리를 지닌 이야기라면 드라마제작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순진한 처녀와 잘난 집 아들래미의 사랑과 배신, 거기에 순종하고 희생하기보다 당신을 따라나서고 싶음을 당당히 밝히는 여인의 캐릭터라니...고려시대라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완전히 시원한 사이다를 주지는 않지만 자신의 기반을 버리고서라도 당신을 따라 나설 수 있음을 비치는 그녀의 자신감이랄지 도전 정신, 이런 것이 나를 끌었다.

 

  모든 시에 이야기가 하나씩, 이야기만 있다면 그 느낌을 다 살릴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산뜻한 그림까지 곁들여져서 제대로 된 한상차림이 완성되었다.  한시에 대한 거부반응이 많았던...특히 오래된 시에 대해 알고 싶으면서도 어려울까 두려워했던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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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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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아든 순간을 떠오른다. 생각보다 큰 부피와 묵직한 상자에 ...상자를 열었을 때 보여준 이 녀석의 비주얼에 얼마나 놀랐던가? 얼마 전에 읽은 문익환평전과 맞먹는 두께, 표지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움에 기함했다. 한 순간에 기가 죽었더랬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는 그 모든 편견을 떨쳐버렸다. 흔히 우리는 신사의 정형으로 영국 신사를 떠올린다. 이제 영국신사보다 모스크바 신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질거다. 이토록 은근하게 매력을 뿌리는 신사라니.......우리네 선비와는 사뭇 다른 그의 멋스러움에 빠져들었다. 서평마감일에 쫒겨서이긴 하지만 단 700쪽을 이틀에 끝내다니...마지막 날은 거의 500쪽을 ...딱 2시간 자고 밤을 지새웠다. 그만큼 모스크바 신사는 나에게 매력적이었다.

 

  어린 시절 대공에게 들은 인생을 지배하지 않으면 인생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말을 기억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러면서도 타인을 바라볼 때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이런 신사는 나이를 먹어도 그 멋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은 듯 하다.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난 러시아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고 있던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내무 인민위원회에 출두한다. 귀족이라는 출신 성분때문에 총살을 당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젊은 시절 발표한 혁명적 시 한 편이 그의 목숨을 구한다. 단, 조건은 메트로폴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이른바 감금형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조그만 방에 유폐된 것은 아니었다. 호텔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었고 원하는 물건을 사고 호텔 안의 사람들과 말하고 생활하는 것들은 포함되었다. 그렇다. 오직 호텔안에서만큼은 그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쌓은 그의 우정들이 아름답다. 어린 니나와의 추억, 그녀의 딸과의 생활, 호텔 식당 3인방의 조화, 이 모든 것이 로스토프 백작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덕에 가능했다. 그 누구보다 우울할 수 있는 현실에서 그는 전면에 미소를 띠고 세상을 바라볼 줄 안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자신의 역할을 다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은 충분히 보상받았다. 신사란 무엇인지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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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 (양장) 새움 세계문학전집
마크 트웨인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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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셋 반

한 번은 마크 트웨인을 읽어야 할 것 같았다. 그의 풍자가득한 에피소드만 읽은 듯한 느낌에 책 표지에 떡하니 적힌 마크트웨인이 없다면 미국문학도 없다는 말에 대한 부채감도 어느 정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푸핫  첨엔 그랬다.
담벼락 사과 사건만해도 그래 교과서에 나왔으니 내가 배울 때인지 가르칠 때인지 가물거리지만 암튼 교과서에서 봤다. 헉 그러나 묘지에서 인디언 조의 등장은 뒤에 나올 무스한 이야기를 동시에 떠올리게하면서 이 책이 내가 처음이 아니구나. 읽은 책도 기억 못하는 처절한 기억력의 주인공이 나구나를 깨닫게 해줬다. 도대체 마크 트웨인에 대한 부채감은 왜 갖고 있었던 건인지....알 수 없다.

 읽어보니 역시나 마크 트웨인이다. 사실 그는 나에게 버나드 쇼에 버금가는 풍자,해학의 캐릭터가 강하다. 말 한 마디로 하는 촌철살인 같은 것들....<톰소여의 모험> 안에서 그런 촌철살인을 볼 순 없었지만 뒷 목을 잡게하는 그의 모험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ㅋㅋㅋㅋ 내 친구는 이런 아들 결코 키우고 싶지 않다고....난 딸만 있어 그런지 그저 재미있기만 했는데 역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천지차이인 듯

  책을 읽으며 줄거리만 봤을 ...그저 톰소여만 바라봤을 예전과는 다르게 이번엔 그 배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흑인 노예가 일반화 되어있던 남부 지방, 신앙이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 지에 대한 묘사들이 잘 보였다. 에피소드만 보던 나의 눈이 시대도 함께 보는 눈으로 성장했음을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느꼈다. 인디언과 개척자들 사이의 반목, 그들이 인디언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 인디언을 몰아내고 얻어낸 땅에서 그들 역시도 가난하고 힘들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분분투했을 시간들이 보였다. 그 사이에도 아이를 낳고 기르며 웃을 줄 알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났다.

  톰과 핀의 에피소드야 말할 것도 없이 재미지다. 이런 사고뭉치들이 내 자식이 아닌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멀리서 바라보기엔 심장을 들었다 났다했을 톰의 고모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 아마 아이들은 그런 순간의 통쾌함을 떠올리기에 이 책을 마다할 수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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