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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팔자는 뒤웅박 팔자 - Breaking the Myth 헛소리 깨부시기
다이애나 킴 지음 / 프로방스 / 2021년 10월
평점 :
어머니의 삶을 딸의 눈으로 회고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 팔짜는 뒤웅박 팔짜라는 말을 듣고 잘난 뒤웅박이 되겠다고 결심하며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 다이애나 킴의 이야기다.
현재는 미국 뉴욕/뉴저지 변호사로서 멋진 커리어우먼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녀의 유년시절은 암흑이었고 중학교까지밖에 나오지 못했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공부는 필요없다. 무조건 여자는 시집만 잘가면 장땡이다라는 입장을 고수하셨는데 사실 어머니가 사셨던 그 시절에는 어르신들의 입장이 모두 그러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느끼겠지만 어머니란 존재는 한 마디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의미로 커갈수록 동질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애가 둘이나 딸린 남자에게 속아서 시집을 오게 되었다. 진실을 알게되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감싸안기로 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산 속에 숨어 있던 그 순간에 남자는 또 다른 여자를 만났고 만삭의 몸이 된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로 다이애나의 어머니는 자기 소생의 아이들과 더불어 첩의 아이까지 7남매를 모두 품었지만, 남자는 결국 또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저자는 스스로를 개척하기 위해 20살부터 사업에 뛰어든다. 70년대 당시에 20대 초반 여성의 성공한 사업,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까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사업을 하던 저자는 모종의 이유로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러 그 곳에서 다시 로스쿨에 입학하고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10년 만에 돌고돌아 다시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예측하고 계획했던 삶에서 벗어난 일들이었지만 먼 인생에서 바라본다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삶이 평탄했다면 지금의 저자가 없었을 것 같다. 초년의 고생을 덤덤하게 풀어낼 수 있는 순간이 이렇게도 오는구나, 삶은 끝까지 살아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이라면 만나게 되어있고,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도 치유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의 사랑으로 고민하다가 조금 더 크면 내 문제로 고민이 쌓이고 결혼을 한 후에는 아이 문제로 마음을 졸이니 사람의 걱정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자신의 지금 결말에 만족한다고 말한다. 고통 속에서 흔들리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저자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뒤로 갈수록 희망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다.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며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