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 40년차 간호사가 기록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반짝이는 마음들
전지은 지음 / 라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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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에서 근무하는 41년차 간호사로서 그동안 5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지켜봤다.

특히나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근무하는 느낌을 느끼며 한동안은 고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압감에 병원을 떠나는 걸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녀는 그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상담가 역할의 매니저도 병행하며 책을 퍼내게 되었다.

나는 이런 에세이류는 특히나 더 여운이 오래 남아 계속 머리속에 맴돌기 때문에

자주 보지는 않는데 한 번씩 꼭 손길이 가는 책들이 있다.

이 책이 그런 경우였다.

책의 저자와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가족이 있어 보게 되었다.

환자들의 사연은 하나도 빠짐없이 눈물을 자아낸다.

먼 미국 땅에서 이민자로 살다가 죽은 언니의 부고를 듣고 30년 만에 연락이 된 동생은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언니는 죽기 전 부담을 주기싫어 한국 가족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아했고,

뒤늦게 죽음을 알게된 동생은 언니의 마지막이 편안했는지 묻고 울기만 했다.

해외에서 살다보면 한국인들이 친절하지는 않다고 해도 한 편으론 묘한 동질감과 안정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지만 가끔은 한국인들 통역과 더불어 직업상 슬픈 감정을 전달해줘야 하는 저자의 상황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같은 날, 두 시간의 차이로 떠난 부부의 이야기도 뭉클했다.

배우자가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하는 순간들이 가득했다.

가끔은 가족이 있어도 아픈 순간을 지켜줄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함께 아픈 경우, 치매를 앓는 경우, 인연이 끊어진 경우 등..

가족들에게 연락해야하지 않겠냐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일 수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만큼 사람들의 상황은 모두 달랐다. 항상 환자를 대하기 전 심사숙고하여 말을 내뱉어야겠다는 말의 중요성도 느꼈다.

어떤 이들은 저자에게 임종때 함께 있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실은 어쩌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맞지만 죽음에 대한 대화는 터부시되어 모두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려 하진 않는다.

사람들의 마지막이 이렇게 다양하다니..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소중하다니.. 잊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일깨우게 하는 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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