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
이연주 지음, 김미옥 해설 / 포르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찰 조직의 민낯을 폭로한 르포르타주. 저자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하다 조직을 떠나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막상 그렇게 바라던 열망하던 곳의 일원이 되어서 마주한 현실이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 판이하게 다르면 충격을 받는다. 나도 상당히 보수적인 집단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마치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은 느낌. 저자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저자는 검찰청에서 근무하며 조직의 불합리와 폐쇄성, 어두운 이면을 목격하고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그냥 일하던 집단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선택했는데 저자는 용감하게 커다란 권력 집단의 치부를 공개하는 일을 선택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큰 변화를 당기는 불씨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

'우리가 근무하는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 형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이지 절대로 정의를 세우는 기관이 아닙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정의를 세운다는 말을 맞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무슨 정의를 세우는 기관인가요. 그리고 사람은 누구도 완전무결한 정의를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를 세운다는 허위의식보다는 차라리 이런 솔직함이 낫다.

​

개미를 감염시켜 숙주로 만든 다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다가 나중에는 먹이로 삼는 곰팡이가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개미가 이 곰팡이에 감염되면 옆의 똑똑한 친구들이 곧 알아차리고 감염된 개미를 냉큼 잡아서 갖다 버린다는 것이다.

그냥 직장인일뿐 누군가를 크게 우상시해서 바라보거나 기대감을 갖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검찰 내부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미지의 세상인데 이런 저런 사건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조직의 비밀을 외부에 발설하면 피의 보복이 온다는 말은 반신반의하면서 봤지만 섬뜩하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는데 이에 내부자의 고발까지 더해지니 씁쓸하기도 했다. 진실을 밝히려다가 조직에서 내쳐지고 고립되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요새는 그런 분들이 유튜브로 나와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오래전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던 이들은 어땠을지.. 결말은 모르겠다.

사건 수사가 범죄가 아닌 사람을 향한 사냥이 되는 사례들을 보여줄 때는 잔혹하기도 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검사와 매체들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서 '팩트 체크'라는 부분에서 실제 일들을 나열하여 다루고 있는데, 현실이 영화보다 더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담았던 조직의 진실을 폭로하는 것 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폐기됐다며 개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르포르타주가 빛을 봤으면 좋겠다. 언젠가 공정한 사회가 올 거라 기대하며 사는 것이 사실은 두려움에 그냥 내 눈을 가리는 행위는 아니었을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정답은 잘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