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 - 겸산 홍치유 선생 권학가, 2020년 지역출판활성화 사업 선정 도서
홍치유 지음, 전병수 옮김 / 수류화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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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정은 '관선정서숙'의 약칭이다. 관선정에서 홍치유 선생은 12년동안 강단을 주재하며 후진을 양성했다. 저자는 고택에서 후손을 통해 홍치유 선생의 문집 <겸산집>에서 <영언>이라는 글과 1918년도의 초본을 우연히 받게 되었다. 문집에 실린 것은 일제시대에서 해방된 1945년의 개수본이었다. 때문에 초본과 개수본 두가지가 남아있어 일제시대 때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한 내용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책은 초본과 개수본을 합간하고 이해를 돕기위해 의역을 하였다. 덕분에 글들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항상 좋은 도서들은 누군가의 빛나는 작업으로 완성되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한양성 영롱한 기운은

선리수 봄기운을 불어 넣었다


고려의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것이 국운에 좋은 영향을 끼쳤음을 뜻하는 구절이다. 선리수는 신선선,오얏리,나무수를 뜻한다. 오얏리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태어나 그 한자 '李'를 성으로 삼은 노자를 가리키고 있다. 조선이 이씨 왕조기 때문에 선리수에 빗댄 것이다. 해석으로 더욱 풍부해졌다. 구절 아래에 역주를 달아놓아서 해석을 통해 더욱 뜻깊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마다 한자를 풀이해주어서 한자의 조합으로 유추가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다. 많이 신경쓴 책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권의 시서를 다 읽어도

일컬을 만한 선행 하나 없다면

하루에 천 리를 가는 좋은 말도

안 가면 노둔한 말이 되고

백일이 되면 능숙한 것이 백 가지가 되고

천일이 되면 능숙한 것이 천 가지가 될 것이다.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을 뽑아보았다. 책의 1장은 인간의 모습을 읊은 내용이고 2장은 우리나라의 정치와 역사를 말한다. 3장에서는 학자가 실천해야 할 큰 내용들을 읊었다.

청령포 두견새 소리,

천고의 억울한 한 끝이 없네.

특히 문종과 단종에 대한 일화도 있다. 문종이 단종을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며 이 아이를 경들에게 부탁하오 라며 신하들에게 술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취해 쓰러진 신하들을 가마에 태워 보냈는데 직접 담비가죽 이불을 덮어주자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여 깨어난 신하들이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맹세하였다고 한다. 단종의 결말은 모두가 알듯이 비극으로 끝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육신, 생육신들을 기리는 부분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나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자신의 신세를 서글퍼하며 불렀던 노래 <자규시>도 볼 수 있다.

궁궐의 나뭇잎에 벌레가 <글씨를>갉아놨으니 애통하다.선정문신이 화를 당하였네.

구절만 보더라도 예측가능한 정암 조광조의 기묘사화 당시를 기록한 것이다 . 당시 천여명의 사람들이 대궐 문을 밀치고 들어가 통곡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구원하지 못했으니 그 억울함이 애통하기만 했을까. 그 외에도 조정의 어지러운 일들을 기록한 것들이 많다. 단순히 한국사에서 역사적 사실만을 짚으며 넘어가는 것과 달리 당시에 남겨진 원주를 해석하여 한글로 번역하여 보여주고 뜻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움이 되는 역주를 달아주어 사회적 모습을 좀 더 가깝게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충무공,만동묘,유형원,을미사변,경술국치,국채권,보국대,어학,광복까지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제강점기 때 쓰여진 글들은 그 비통함과 마음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자기 손으로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도

곡식과 면화 한 송이도 못 얻는다

이 뿐만 아니라 정해진 수확을 채우지 못하면 태형을 가하였으니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처자식을 울부짖어 차마 못 볼 정도였고 스스로 목숨을 달리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렇게 사실적인 표현들을 교과서에 싣어 알리면 역사를 더욱 가깝게 느끼리란 생각을 한다.


글을 읽으라고 하면 싫증을 내고 부담감을 가지니 노래로 부르게 하여 쉽게 배우게 한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선정훈은 구한 말 10대 부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자비로 자신의 가옥 뒤에 관선정을 지어 오랜 세월동안 뛰어난 학자들과 함께 많은 후배를 배출해냈다. 일제의 탄압으로 강제 철거되는 아픈 결말을 맞이하였으나 진정한 애국자이자 선구자로서 전하려고 했던 그 마음을 잊지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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