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부재부터 흥미를 끌었다. 처음에 표지만 보았을 때는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소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계적인 과학자가 살인마의 뇌를 연구한 실제 기록을 담은 책이었다. 저자는 일리노이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35년이 넘게 의대생,학부생,임상의들에게 신경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뇌 스캔 사진을 연구하던 차 여러 환자들뿐 아니라 가족들의 검사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이코패스와 비슷할 정도로 많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뇌 스캔사진을 발견하는데 놀랍게도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었다고 한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가계도의 생물학적.심리학적 배경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자 했다. 비슷한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차후 기록이 쓸모있기를 바라면서 자서전을 쓰게 되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지가 상당히 궁금했다. 책에서는 유전자가 사이코패스에 영향을 준다고 정확히 판단내릴 수는 없으나 정확히 특정 유전자가 있는 생쥐와 사람들이 좀 더 반사회적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현재의 ADHD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 어느정도 튀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치료가 충분히 가능한 것. 그 정도로 인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조상에 얽힌 비밀도 알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실화라니 보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가끔 사이코패스는 특히 두뇌가 뛰어나 공감능력은 결여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는 성공한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도 성공한 신경과학 박사인 것을 볼 때, 정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이코패스 케이스의 대표적인 사례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언급할 때는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심란했다.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을 보는 느낌이랄까. 가족에게 애정을 갖는 것과 갖지 않는 것의 차이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묘한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기분이었다. 가장 가깝게 느끼는 가족에 대해 그렇게 정의내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가 신경과학 박사였기 때문에 더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순간순간 공격성이 끓어오르는 순간이 분명 존재함에도 그걸 억누르는 방법 또한 취득했다. 그리고 다른 사이코패스들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굳은 마음도 먹는다. 이런 점들이 그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참 놀라웠던건 공감능력은 없지만 계속해서 학습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하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의사로서 환자와 마주치는 극적인 상황을 많이 겪었는데 그럴 때 있었던 일화를 말할 때면 좀 오싹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일화는 영화보다 더 무섭기도 했다. 경찰관들이 와서 의사인 자신을 말릴 정도였다고 하니 대략 상황에 대한 언급을 피하겠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호감을 많이 받는 유형이면서 법의 경계를 넘을 듯 한데 넘지 않는 오묘한 신사같은 느낌이다. 그는 결혼한 지 50년이 지나도록 가족들과 손자들과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분명 다른 부분을 타고났지만 노력으로 이겨낸 느낌이다. 무엇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일생과 느낀 점들을 모두에게 밝힌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올바른 양육만 뒤따른다면 오히려 더 뛰어난 아이로 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항상 말하는 친절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