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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 않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법
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웹툰 작가 '마실'은 슬픔도 외로움도 아픔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 누군가의 행복을 당연하게 축하하고 아픔에 솔직하게 울음을 터트리고 외로움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은 죽기 전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사람 또한 완벽하지 못한 존재인데 어째서 사람들은 해결할 수 없는 수 많은 고민을 짊어지고 괴로워하는 걸까? 한 때는, 자신의 기분을 감추고 항상 친절한 모습을 띄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는 다고 해서 그 감정들이 모두 사그라 드는 것은 아니다. 내면 안에 그대로 머물며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외면하기 위해서 거짓 얼굴을 한 채로 평생 도망칠 수는 없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것은 괴로운 것 이상의 일이다. 얼굴이 지워진 표지 그림이 무겁게 다가왔다.
부모님은 10만 원 넘는 한정식을 대접받은 것처럼 고마워했다. 뭐가 그리 고맙냐고 물으니 그냥, 다, 고맙다고 했다. 같이 놀아줘서 고맙고, 기차를 예매해줘서 고맙고, 사진을 찍어줘서 고맙고, 그냥, 다 고맙다고 했다. 그 말에 안 그래도 퍽퍽한 감자튀김이 목에 퍽 걸린 것만 같았다. 잽싸게 사이다를 컵째로 들이부었다. p53

나를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은 사소한 것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면, 저자가 돈을 아끼려고 닭발을 주문할 때 계란찜 주먹밥 추가하는 것을 망설이다가 결국 4000원 아끼려고 단품을 주문하곤 하는 부분이다. 책에는 저자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족간의 따뜻함을 보며 뭉클해지기도 했다. 특히나 가난이 싫었기에 아버지의 가장 컴플렉스인 부분을 건드려 싸운 후 집을 나간 경험담도 실려있는데 저자는 나간 곳에서 정말 이상한 룸메이트를 만나 소송까지 번져 모진 고생을 한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심신이 피폐해져 있는 저자에게 머뭇거리며 말을 거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이 뭉클했다.
숨소리라도 빠져나가면 금방이라도 울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꾸역꾸역 목구멍에 무어라도 쑤셔 넣어야만 할 것 같았다. 치열했던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무시한 나는, 미안함을 그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낼 자격도 없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은 잊고 항상 행운만 쫓다가 그대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든다.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노리며 살기에 우리 인생은 매 순간이 소중하다. 당시의 소중한 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소중한 사람과 다시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매 순간마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나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서사를 만드는 행동을 자제하고 항상 나 답게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감동적인 에세이였다.
장독대 가득 물을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양동이를 이고 흘리고 담아야 할까. 어김없이 깨지고 부서지고 무너지는 나날이 기다리겠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끝이 두렵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