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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독특한 창의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소설이었다.
도서 <심판>은 주인공'아나톨'이 수술 중 의료사고를 당해 천국에 가게되는데 그 곳에서 심판을 받게된다는 내용이다. 아나톨의 주치의는 수술 내내 책임감 없이 일을 벌이더니 결국엔 시간이 길어지자 자신의 진료시간이 다 됐다며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다투고 있는 아나톨을 두고 동료의사의 눈길도 피하며 수술방을 나선다. 나쁜 놈...
한편,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아나톨은 결국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고 심판을 받기로 한다.
영화 '신과함께' 를 볼 때도 그랬지만 사람들의 죄를 판단하는 심판관인 신의 존재들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늘 궁금했다.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연민을 베풀기도 할까 아니면 오로지 죄목만 따지는 걸까.
아나톨 영혼의 무게를 다는 순간을 천사들이 와서 구경한다. 보는 내내 내 영혼의 무게는 얼마일까 난 선량한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채 계속해서 아나톨에 이입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크게 좋은 일은 하지 못했어도 타인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려 착하게 살아왔다고 자기 자신을 대변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가 지상에서 보는 선함의 관점과 재판관들이 인간의 삶을 심판하는 기준은 그보다 더 심오해보였다. 내가 등한시한 나의 의무,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마음들까지 죄의 항목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내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었다.
아나톨은 결국 환생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부모를 선택하게 되는데 정말 다양한 부모의 리스트를 공개한다. 부모가 선택이 가능하다고 하자 고르게 되는데 그 과정이 아주 코믹해서 유머스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책은 사회문제가 되는 부조리한 점을 우스꽝스럽게 꼬집기도 하고 진지하게 심판에 임하기도 하며 분위기를 계속해서 바꿔 나간다.
환생하기 싫다고 울부짖는 이들을 보며 환생은 과연 새로운 기회일까 아니면 또 다른 죄벌을 쌓는 두 번째 인생일까 나도 쉽게 판단내리지 못하였다. 그냥 아무 걱정 없는 천국에서 머무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삶을 희망하는 이들도 존재 할 것이다. 책에서는 환생이 거듭되며 쌓이는 카르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정답은 없지만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인간이 좀 더 정겹지 않은가 싶다.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변할 기회가 존재한다는 점이 좋다. 나의 전생까지 관여할 수는 없지만 현생은 바꿀 수 있으니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을 시사한다.
사람들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지만, 특히나 자신의 삶의 마지막이 준비된 죽음이 아닌 갑작스러운 죽음이라고 하면 그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평상시에 선행을 베푸는 기회가 오는 것 또한 얼마나 행운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 전 미국의 억만장자가 은퇴를 하면서 재산 대부분의 돈을 사회재단에 환원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는 생전에 목표를 이루게 되어 더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기사를 본 직후 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나의 인생에 애착을 가지고 살았던가, 후회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인생에서 내가 남에게 베푼 선행은 무엇인가 등등 생각이 깊어졌다.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다루면서도 그 밑에 깔린 시사하는 내용은 심오했던 소설이었다.
책이 양장본의 하드커버라 상당히 좋았다. 글자 간격도 좋고 . 추석 때 다시 한 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