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국립서울현충원
2부 국립대전현충원
3부 국립 4.19민주묘지와 효창공원
할아버지가 현충원에 국가유공자로서 영면 하신 뒤 찾아뵐 때마다 항상 이 넓은 묘역의 주인들이 궁금하였다. 피해자와 전범들의 합가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에서나 들리는 소식인 줄 알았고 계속해서 반민족 행위자들이 현충원에 묻혀있어 국립묘지의 취지와 맞지않으니 당장 파묘하여 속히 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도 나는 묘역 한 편 어느 구석에 그들이 위치하겠거니 생각해서 조금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친일파들이 독립운동가 묘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상으로 그렇게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런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을 텐데 책을 읽는 내내 당장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러울 지경이었다.
책은 현충원에 잠든 친일파와 독립운동가가 같은 공간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각 묘역에 안장된 이들 한 명 한 명의 업적과 자세한 안장위치를 설명한다. 더불어 현충원의 지도와 함께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그동안 위치를 알지 못해 항상 궁금증이 있었던 부분을 풀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무려 책이 발행되기까지 3년 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책에 실린 사진들과 정보들이 방대하고 상당히 자세했다.
설립된지 어느덧 40년이 지난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묘역은 부끄럽지만 나조차도 아리송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잘 살펴볼 수 있었다. 박은식, 신규식, 지청천 그리고 이 외에도 임정 출신 애국지사 20명이 잠든 임시정부요인묘역이 있다. 그리고 임시정부요인묘역 옆으로는 무후선열제단이 조성되어있다. 이 곳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낸 홍범도 장군과 유관순 열사님을 비롯한 헤이그 특사 이상설과 이위종, 조선총독부에 폭탄 의거를 성공시킨 김익상 등 독립운동을 했던 의사와 열사 130명이 모셔져 있다. 하지만 무후선열제단의 가까이에 친일파 무덤이 존재한다. 현충탑과 현충문 쪽에서 고개 숙여 참배를 할 때마다 친일파가 잠든 장군 제2묘역에도 참배를 하게 되는 형상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유해도 없이 위패만으로 존재하는 이도 있는데 그 뒤에 떡하니 친일파 묘소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죽어서까지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다는 건 나의 과도한 생각일까.
특히나 책에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독립운동가들의 묘소 가까이 위치한 친일파의 위치가 상당히 애매함을 알 수 있다. 마치 친일파 묘가 독립운동가들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위치라는 점은 상당한 찝찝함을 남긴다. 더 서글픈건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져 의거를 성공시킨 의열단원 김익상 지사다. 그의 가족들은 행방불명됐고 그도 출옥 후에 실종됐다. 현재 유해도 찾지 못한 채 현충원의 무후선열제단에 잠들어 있는데, 그의 뒤로 친일파가 잠들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물마다 어디에 안장되어 있는지 그 위치를 상세히 알려주는데 왜 이렇게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친일파와 국가유공자를 위 아래로 위치해 놓았는지 알 길이 없다. 현생에서 풀지 못한 인연을 저승에서라도 기리라는 의미인가 이토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이토의 기일에 시간까지 맞춰서 형을 집행했다는 글을 보며 울분을 토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런 행위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화가 나서 180 페이지쯤까지 읽었다가 책을 한 번 내려놓았다.
그리고 현재 효창공원에는 임정의 주요인사였던 이동녕,조성황,차리석을 비롯한 이봉길, 이봉창,백정기, 김구 선생의 애국지사들과 안중근의 가묘가 있는 장소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동안 국립시설이 아닌 근린공원시설로 관리되어서 직접 그 유족이 수십 년 동안 아버지의 묘를 관리했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문재인 정부 때에 현충원과 같은 국립묘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친일과 항일이 공존하는 현충원이라니, 하루 빨리 국내의 친일잔재가 청산됐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