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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이일영 외 지음 / 지식공작소 / 2020년 8월
평점 :
그 날, 떠들썩 했던 밤이 기억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해당 사건은 그 이후가 더 논란의 불판이었다. 사건은 철저한 규명과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져야한다는 피해자측 변호인 및 지원단체의 입장과 사건에 대한 명확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추모의 입장을 밝히는 입장이 첨해하게 대립하였었다. 나는 진실을 모르기에 시민으로서 침묵하였다. 이 사태에 대해 다루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이 책이 발간된 것에는 꼭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위력에 의해 일어난 다수의 성폭력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사건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사건들은 사건일지와 판결문, 피해자의 최후진술서와 그 후의 상황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현역 의원들의 성추문이 크게 대두되었을 때 한 언론은 근무지 내 직원들의 조사를 통해 의회 내 상.하원의원들의 위계에 의한 강압적인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밖으로 쉬쉬해도 그들 사이에선 암묵적인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져 특정인들을 피해다녔다고 밝혀지며 크게 이슈가 되어 결국 화살은 특정인들을 지칭하게 되었고, 정당을 가리지 않고 수 많은 의원들의 사퇴선언이 줄을 이뤘었다. 그들 대부분은 성추문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묻겠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들은 당사자들에게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곁가지를 계속 쳐 나가며 주위에서 묵인하는 이들도 비난하기 시작했었다. 시민들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들 뿐 아니라 인근 지인들까지 모두가 입장을 표명하기를 원했고 침묵하는 이들은 같은 부류로 취급하였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 일을 언급하는 일이 벌어졌다.
동조하고 가담한다는 행위에 침묵까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지정할 수 있을까? 당시 그 사태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웠는데 우리나라의 일은 더 마음이 쓰인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연대가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피해자 한 사람의 구제뿐 아니라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차별과 폭력을 국가에서 방치해서는 안되며, 위력 앞에서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는 구조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당위적 가치를 주장하는 것을 깨달으며 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책은 학교, 체육계, 영화계, 예술계 전반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태를 다루고 있다. 원고를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토론 직전 거절의 입장을 표명한 사람도 있고, 익명을 요구하며 토론에 참석한 이도 있다. 아직도 현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마음이 복잡하다. 전문적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시민의 일원으로서 어떤 말을 전해야 할 지 아직까지도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