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시간이 멈춘 방/고지마 미유

저자 고지마 미유는 유품정리인이자 특수청소부로 사람들이 떠난 자리의 청소를 돕는 일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홀로 살다가 고독사 하신분들이다.

*고독사: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자택에서 사망한 이가 사후 상당한 날짜가 경과한 뒤 발견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처음 현장에 발을 들였던 순간의 느낌을 언급하며 마치 시간이 멈춘 방 같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온기가 깃들지 않은 집은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지곤 한다. 망자들이 있는 방도 그런 느낌이었을까. 얼마 전 이사를 떠나 텅 빈 이웃집의 대문이 몇 개월 사이 곰팡이가 핀 것을 보며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 때는 온기가 남아있었을 장소가 다시 빈 방으로 변하면 집 주인의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 망자는 과연 어떤 걸 바라고 있을까. 깨끗해진 집처럼 이제는 그만 주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지길 바랄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 머무르길 바랄까.

고독사는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스물 두 살의 나이에 투입되었던 고독사 현장의 집은 동갑내기 스물 두 살의 청년의 집이었다. 그동안 목격했던 방을 응축하여 미니어처로 만든 작품은 총 아홉 점인데 책에 담긴 것은 여덟 점이다.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좀 더 시선을 두고, 잊고 있던 이들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미니어처 안에 담았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도 깊고 물건 하나마다의 추억이 가득하다.



특수청소부로 찾은 현장에서 망자의 유해를 치우는 중에 그들은 비단 청소뿐 아니라 망자와 얽힌 많은 일들을 겪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주인과의 문제, 유족들과의 유산문제, 남겨진 반려동물, 그리고 유품을 노리는 이웃 사람들까지 세상에는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상당히 많음을 느꼈다.



충격적이었던 건 고인의 유품을 노리는 사람들의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재난현장에서도 금품을 노리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며 경악을 금치못했는데 고인의 집을 정리 중에 당당하게도 찾아와서 생전에 돈을 빌려줬다면서 집 안에 있는 돈을 달라고 하거나 값이 나갈만한 유품을 요구한다고 하니 새삼 인간이란 존재가 참 보잘 것 없다고 느껴졌다. 그들끼리 서로 물건을 점찍어서 경쟁하듯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유족들은 대꾸할 기력도 없어 물건을 미련없이 넘겨주고 만다고 하는데 분명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된 이후에는 생각을 따라가다가 그 상황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때의 복잡한 마음이 어떨지 헤아릴 길이 없다.​

"놀랍게도 내가 의뢰받는 고독사 현장의

열 번 중 여덟번은

이런 '친구'들이 나타난다.

이웃에 사는 중년 여성들이

단체로 몰려든 경우도 있었다."

p81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p83


내가 가장 뭉클했던 사연은 욕실에서 고독사한 어머니의 시신을 아들이 직접 치운 사건이었는데 아들이 스스로 어머니의 유해를 처리를 한 후에 특수청소부를 불렀다는 것이다. 망자는 이미 심각한 악취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일반인이 처리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수습했냐고 묻자 남자는 자기를 항상 믿어준건 어머니밖에 없었다는 말로 모든 답을 대신했다.


"오직 어머니만이 저를 이해해 주셨지요"

아드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p62


왜 젊은 나이에 이런 특별한 일에 뛰어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책에 나온 고지마 미유의 사연 또한 깊어서 단순히 얕은 마음으로 이 일에 종사하는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들이 출동하는 가정의 사연 모두 슬프지 않은 사연이 하나도 없었다. 어떤 이들은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임금에 혹하여 발을 들였다가 결국 그만 두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역시 버티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참혹한 현장도 그렇지만 텍스트만으로도 전해져오는 유족의 슬픔이 이리도 절절한데 실제로 그 모습을 보게된다면 오랜 기간 계속 두고두고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유족을 잃은 가족의 서글픈 울음이 텍스트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

사람은 한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지 못할 정도로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하루 종일 한마디의 대화도 이루어 지지 않는 썰렁한 집안에 머무는 소외계층들은 따뜻한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는 내내 고인과 유족 혹은 주변인과의 관계가 더 가까웠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생각하게 된다. 생전에 그토록 바랬을지도 모르는 타인의 온정은 고인이 세상을 등진 후에야 비로소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그 바람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너무나 서글프다. 주위 사람들을 가깝게 챙기며 자주 안부를 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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