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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 지음, 윤희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하벤이란 이름은 티그리냐어로 자긍심이란 의미다.
하하 웃는 표현의 '하'와 자애로운 이라는 뜻의 영단어 (benevolent, 비네벌런트)의 앞부분 (ben,벤)을 떼어와서 '하벤'이 되었다. 그녀는 시청각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인이다.
그녀의 시각은 처음에는 쇼파에 앉아있는 사람의 형체를 구분하는 정도는 되었으나 지금은 아예 흐릿해져 물감을 흩뿌려놓은 수채화처럼 세상이 보인다고 한다. 청력 또한 귀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듯이 큰 소리로 말해야만 들린다고 하니 감히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의 불편함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높아졌다 낮아지는 웃음소리는 마치 그녀에게 새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들린다고 한다. 사람들간의 대화에 끼고싶지만 웅얼대는 소리로 들릴뿐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순간순간 답답해한다.
그래도 그녀는 패들보드도 타고, 승마도 하고, 대학졸업식 무대에도 오르며 뛰어난 성적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한다.
본인이 겪은 차별과 들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이 경험한 차별로 인해 법률 옹호 기술을 계발해야 한다는 욕망이 불타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좋은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항상 그녀가 가는 모든 길의 접근 장벽은 일반인보다 항상 높았다. 수많은 메일을 보내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각장애인의 70%가 무직자라고 한다.
그녀는 그런 점을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고등학교 때 수석졸업자로 대표연설도 했고 시각 장애인 센터에서 독립하는 기술도 연마했다
대학교 평점도 뛰어났고 자원봉사활동기록도 담여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풍부하다는 알래스카에서 그녀는 여전히 무직이었다.
단지 시각장애는 시력을 상실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사람들은 부당하게 부풀려서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을 영속화하는 편견이 있다. 그녀는 단지 장애를 하나 가지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국내라면 지원되지 않았을 미국에서의 장애인 대상 서비스들을 보며 확실히 서비스 자체가 다르다고 느꼈다. 그리고 국내 장애인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들었다.
놀라웠던 점은 대학에서 그녀를 위해 수화 통역사를 고용하여 강의실 안에 앉아 실시간으로 음성전자기술을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제공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통역사가 무려 두 명이나 되었는데 한 사람을 위해 두 명의 인력을 고용하여 투자하는 그 선진국의 마인드가 대단했다. 그리고 시험지 또한 하벤에게 걸맞는 점자 시험지로 제공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아마 입학허가가 났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시청각 장애인임에도 뛰어난 인재임을 알아보고 장학금과 함께 다양한 지원을 해주겠다고 제시하면서까지 그녀를 하버드 로스쿨로 입학시켰던 점 말이다.
나는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다. 내노라 하는 일류 대학에 지원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생활에 문제가 없는 상태였음에도 표면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우수한 성적임에도 탈락됐다. 사실 나이로 탈락됐다는 것도 놀랍다. 그 얼마나 차별적인 이유인가. 뉴스 기사로까지 떴고 본인의 인터뷰나 성적 증거 자료로 우수자임이 거의 확실했다. 그러나 대학측에서는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지원자는 그냥 포기해버렸고 일은 그렇게 흐지부지로 마무리 됐다. 한 나라는 장학금과 재정지원까지 제공하면서 인재를 데려가고, 다른 나라는 장애인은 열등하다는 편견을 결코 뛰어넘지 못해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학교가 그만큼 지원할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그 기사를 접했을 때 들었던 감정은 누구나 비슷했을 것 같다. 정말 비겁하고 좀 서글펐다. 나라마다 장애인의 처우에 대한 격차와 차별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독일로 이민을 준비하는 장애인 학생을 보았다. 독일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큰 이유가 필요치 않았다. 상당한 인재였는데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서비스가 많이 발달되었다지만 앞으로 개선할 것들이 많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