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장수연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 라디오를 들으면 사연을 보낸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이어서


라디오 피디라고 하면 되게 엄격하고 진중한 직업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하는 일이 다양했으며 읽을수록


 외향적인 스타일 일수록 잘 맞는 직업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에게 다가가는 넉살도 좋아야 하고,


라디오 디제이의 흥을 돋우기 위해 파이팅이 넘치기도 해야 하고,


맡은 코너를 완벽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스태프들과 호흡도 맞춰야 하는 등


뒤에서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라디오 피디들이 유명인들을 섭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본인들도 사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한다.


사실 라디오 청취자들은 출퇴근 길에, 집안일을 하며, 운전 중에 등


시간만 맞으면 라디오를 듣기 때문에


유명인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들을 사람은 듣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 말을 듣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도 라디오에 나오는 


연예인이 누군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라디오를 오래 듣다 보면 오히려 라디오 디제이와 정이 들어 


디제이를 좋아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라디오를 들으며 시연자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상상할 때


라디오 피디도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의 얼굴을 상상하곤 한단다.


퇴근길에 웃으면서 듣고 있는 사람, 설렘 가득하여 라디오를 듣는 사람,


아이를 배웅하고 돌아와 듣는 사람,


이제 막 일어나서 라디오를 켠 사람 등 분명 보이지는 않지만


라디오를 듣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내곤 한다고 말했다.



나는 피디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독단적으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결국 라디오 피디도 방송국 안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인물이었다.


라디오 디제이. 스태프들. 작가들. 부장님과의 호흡이 모두 다 잘 맞아야 했다.


그래야만 게스트 섭외부터 코너진행 까지 수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구보다도 팀워크가 중요시되는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서 한 문장이 인상 깊었다.


'거짓 삶이란 다름 아닌 일하는 재미에 통째로 삼켜지는 삶이다.'


우리는 우리의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 일의 세계로 도피해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작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


항상 일보다 소중한 회사 밖의 일상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라디오 피디님으로 인해


책과 시의 좋은 구절들을 몇 가지 알아간다.



'해가 지는 곳에서


해가 지고 있었다.



달이 떠 있어야 할 곳엔


이미 구름이 한창이었다.'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창비. 48~49



특히 임경섭 님의 시가 인상 깊었다.


시의 첫 부분처럼 우리의 삶에는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우리가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후자의 것처럼 인과관계가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이는 항상 뜻대로는 진행되지 않는 인생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소리를 통해 안정과 공감을 얻는다고 한다.


우울하고 지쳐있을 때 누군가 잘 할수 있다고, 힘내라고 위로하는 말을 건네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준다면 지쳐있는 마음에 약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도 감동받아 울고,


때로는 나를 비판하는 아주 짧은 한 마디에도 상처받아 괴로워 하기도 한다.


상호간의 따뜻한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적어진 요즘 같은 세상에


라디오가 존재하여 언제 어디서든 위로의 말과 긍정의 말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로부터 하나의 감정을 공유받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라디오의 청취자들은 잘 떠나지 않고 아주 오랜 기간 라디오를 듣는게 아닐까?


라디오의 다정한 위로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뻗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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