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네요. 캐롤 때도 그러더니 (물론 캐롤은 오탈자보다 번역 자체가 최악이었지만) 급하게 책을 내서 그러는 건지 .. 1쇄 찍기 전에 독자교정이라도 모집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의 온도’라는 제목…. 온도라고 하면 언제나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가 옳은, 알맞은 느낌이다. 거기에 ‘사랑’이 붙었으니 ‘따스한’, ‘따뜻한’ 정도가 맞을까? 정선과 현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만 홍아를 비롯한 타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온도가 그렇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래서 종종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선과 현수의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특별하지도, 다른 수많은 사랑 이야기보다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가슴 절절하게 슬프지도 않다. 조심스러운 두 남녀의 성격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그런 진부함이 진짜 현실에서의 사랑일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고 현수의 부모님이 그린 사랑, 현수의 동생 현이가 보여준 사랑, 홍아, 정우 등 각각의 인물들이 그린 사랑이 각기 다른 온도를 지니고 있어 ‘사랑’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조금씩 다른 시각으로 엿볼 수 있었다.
 얽히고설킨 관계, 절친한 친구와 한 남자, 사랑하는 여자의 청혼을 제 손으로 준비하는 남자…. 하지만 평범한 소재와 구성보다 때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인물의 태도였다. 특히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여자만을 두고자 할 정도로 신중하고 사랑 그 자체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지닌 정선이 ‘운명’이라는 카드를 여기저기 끌어다 사용하고, 미안함과 책임감, 사랑을 뒤섞어 혼동하는 행동을 보일 때, 그것을 단순히 그의 환경에서 비롯된 상처나 관계의 미숙함으로 해석하기엔 어설펐다. 
 또한 저자의 말에서 저자가 강조한 ‘인터넷 시대’, ‘익명의 누군가와 맺는 관계’, ‘피상성’ 등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다. 부분에 불과한 소재를 한 페이지나 차지하여 언급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착한 스프’, ‘제인’, ‘우체통’…. 피상적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강조하려던 걸까? 잘 모르겠다. 
 이야기의 흐름은 엇갈린 남녀와 사랑의 순간, 각각의 인물이 품고 있는 감정과 이별, 착한 스프가 전화를 받을 수 없게 된 상황까지 비교적 단순하다. 누군가에게 특별하지만 누군가에겐 뻔한 것처럼 내게 이 구성과 흐름은 잔잔하다기보다 단조로움에 가까웠고, 그들의 사랑을 열렬히 응원하기도 힘들었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사랑의 과정도 이별의 과정도 아쉬웠다. 현수가 품은 사랑과 정선이 품은 사랑의 온도가 맞지 않아서일까. 그리고 그들의 온도와 내 온도가 맞지 않아서일까. 

 그들이 가슴속으로만 품고 있던 온도가 겉으로도 드러나 누군가에게 뜨거운 만큼 다른 누군가에겐 차갑길, 솔직하길, 운명을 믿는 만큼 운명만을 믿지 않길 바라며 책을 덮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을 스스로 종결시키려 했을 때 나타난 구원과도 같은 여자. 
 감정이라는 걸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에게 그녀는 어떤 의미였을까.
 뜻하지 않은 살인과 그것을 덮기 위한 알리바이, 자신을 구원해준 모녀를 범죄의 한복판에서 구원해주는 이시가미. 그의 헌신은 그의 삶 그 자체였다.

 한순간 살인범이 된 모녀를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모든 것을 그의 계산 아래 놓이게 하는 이시가미. 하지만 그의 동창인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의 등장은 완벽했던 그의 계산에 균열을 일으킨다.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는, 대단히 이성적인 머리와 치밀한 계산만이 가득할 것 같은 두뇌싸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비밀의 열쇠도, 결말도, 모두 차가운 이성이 아닌 뜨거운 감성이 쥐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시가미가 평생 관심도 없던 용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발견하고, 질투의 빛을 드러낸 얼굴을 본 순간 유가와는 그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것은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므로. 
 이성이 아닌 감성의 지배를 받아 한 이시가미의 행동은 한 사람을 살해한 여인을 위해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하게 만들고 그 끝은 그의 행동만큼이나 비극적이다.

 이시가미의 행동이 진정한 사랑 이상의 어떤 것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그의 삶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그가 유일하게 품었던 한 여인의 대한 순수한 감정, 단 하나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녀에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는 감정 단 하나만을 그가 가진 이성만으로 지키려 했기에 그는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러한 끔찍한 선택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아름다운 것에 눈길을 빼앗기거나 감동해 본 적이 없었다. 예술의 의미조차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것은 수학 문제가 풀릴 때 느끼는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제목은 쓸쓸하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 그리고 X의 헌신 혹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X의 헌신, 두 가지 모두 의미를 지니고 두 가지 모두가 진실이 된 제목은 이시가미의 감정 표출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소설의 결말, 단 한 곳뿐이었다는 것만큼이나 쓸쓸하다. 
 헌신과 살인, 구원, 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헌신, 살인을 위한 헌신, 헌신의 결과가 된 살인. 비극적이다. 앞서 말했듯, 그의 헌신은 그의 삶 그 자체였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자살하기 직전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마지막 음성을 남기는 사람들, 그 외의 여러 이야기들과 함께 출간을 준비하며 겪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혼재된 6편의 단편집은 공포 그 자체이다.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과연 나 자신의 의사였을까?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이미 두려움 가득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이 남긴 마지막 육성과 죽기 직전의 상황을 묘사해주는 소리는 섬뜩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또한 홀로 빈 집을 지키는 여성이 겪는 기묘한 경험, 우연히 모이게 된 사람들이 초대된 공간에서 겪는 섬뜩한 일, 죽음과 시체의 소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의 내용, 일상의 공포 등의 단편들이 주는 오싹함. 그것은 이러한 여러 괴담들을 책으로 만드는 편집 과정이라는 또 다른 소재와 결합되어 이야기 자체가 주는 호러와 편집자의 체험이 주는 미스터리로 뒤섞인다.

 각각의 단편이 주는 이야기가 하나의 공포로, 그리고 불가사의한 무언가에 홀린 듯 괴담의 테이프를 계속해서 듣게 되는 편집자의 실종,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나’가 책을 내는 과정이 또 하나의 공포로 연결되면서 단편과 출판 과정을 읽는 동안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함께 표지가 주는 원초적 공포, 짧은 호흡으로 끊어지는 단편,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미쓰다 신조의 독특한 구성은 제목만큼이나 섬뜩하다. 

 나머지는 이 책이 무사히 간행되고, 독자 여러분이 물에 관한 오싹한 나쁜 경험을 겪지 않기를, 이라고 멀리서나마 기도할 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말라버린 강물처럼 거칠고 건조한 진실은 드러난 균열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20년 전의 살인사건―엘리의 죽음―과 현재의 살인사건―루크와 그의 아내 캐런, 아들 빌리의 죽음―의 교차. 이 두 사건은 마을사람들에게 각각 유력한 용의자를 제시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대단히 무력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짧은 메모와 편견,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분노. 
 포크는 어린 시절 친구 루크와 그의 가족이 끔찍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온다. 루크가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사건에 그의 부모는 포크에게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부탁하고, 포크는 루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20년 전 엘리가 죽은 사건을 함께 떠올린다. 어린 시절의 우정과 서툰 감정을 주고받던 관계로 함께 어울렸던 사총사 루크, 포크, 그레천, 엘리. 그들은 이제 비극적인 죽음을 겪은 사람들과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지금 포크는 기억에 의지한 채 드러난 뿌리와 마른 덤불 사이에서 길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린 시절 루크와 놀던 강물은 머지않아 엘리 디컨을 죽게 만들었고, 이제 말라버린 강물은 마을 사람 모두의 삶을 힘겹게 한다. 

 과거가 더께가 된 막처럼 그를 덮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각각의 끔찍한 살인사건은 용의자를 포크와 루크로 지목하지만 사건의 이면엔 자리한 추악한 진실은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엘리가 죽던 날 포크를 위해 루크가 제공한 알리바이가 실은 루크 자신을 위한 알리바이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는 엘리를 외면했다는 죄책감, 그레천의 질투 등 10대의 심리와 성장한 그들이 비밀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은 그들을 둘러싼 공간의 배경만큼이나 거칠고 황량하다. 
 보이는 것만큼이나 잔혹한 사건의 전말은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시킬 만큼 위험하고 잔혹한, 언제나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과 함께 인간의 이기심과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다. 소문은 들불처럼 번지는 분노로, 과거의 해결되지 못한 사건은 그 이후의 모든 삶을 힘겹게 만드는 독으로…. 후회, 죄의식, 비뚤어진 감정은 건조한 그들의 세상을 휩쓸고 불이 붙을 것만 같은 불안 속에 진실로 다가간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일 알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어떤 것들은 견뎌내며 살아야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