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말라버린 강물처럼 거칠고 건조한 진실은 드러난 균열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20년 전의 살인사건―엘리의 죽음―과 현재의 살인사건―루크와 그의 아내 캐런, 아들 빌리의 죽음―의 교차. 이 두 사건은 마을사람들에게 각각 유력한 용의자를 제시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대단히 무력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짧은 메모와 편견,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분노. 
 포크는 어린 시절 친구 루크와 그의 가족이 끔찍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온다. 루크가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사건에 그의 부모는 포크에게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부탁하고, 포크는 루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20년 전 엘리가 죽은 사건을 함께 떠올린다. 어린 시절의 우정과 서툰 감정을 주고받던 관계로 함께 어울렸던 사총사 루크, 포크, 그레천, 엘리. 그들은 이제 비극적인 죽음을 겪은 사람들과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지금 포크는 기억에 의지한 채 드러난 뿌리와 마른 덤불 사이에서 길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린 시절 루크와 놀던 강물은 머지않아 엘리 디컨을 죽게 만들었고, 이제 말라버린 강물은 마을 사람 모두의 삶을 힘겹게 한다. 

 과거가 더께가 된 막처럼 그를 덮었다.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각각의 끔찍한 살인사건은 용의자를 포크와 루크로 지목하지만 사건의 이면엔 자리한 추악한 진실은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엘리가 죽던 날 포크를 위해 루크가 제공한 알리바이가 실은 루크 자신을 위한 알리바이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 불안정한 상황 속에 있는 엘리를 외면했다는 죄책감, 그레천의 질투 등 10대의 심리와 성장한 그들이 비밀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은 그들을 둘러싼 공간의 배경만큼이나 거칠고 황량하다. 
 보이는 것만큼이나 잔혹한 사건의 전말은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시킬 만큼 위험하고 잔혹한, 언제나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과 함께 인간의 이기심과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다. 소문은 들불처럼 번지는 분노로, 과거의 해결되지 못한 사건은 그 이후의 모든 삶을 힘겹게 만드는 독으로…. 후회, 죄의식, 비뚤어진 감정은 건조한 그들의 세상을 휩쓸고 불이 붙을 것만 같은 불안 속에 진실로 다가간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일 알았더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런 말을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어떤 것들은 견뎌내며 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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