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1
맥스 애플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강주헌.하윤숙 옮김 / 홍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적인 목적을 위하여 몸이나 정신을 쓰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생산적인 목적을 도모하여 경제적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일'의 정의가 아닐까? 예전엔 남성의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 바깥일이 되는 것이고 그것만이 일의 큰 목적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일'의 의미도 확장되여, 어린아이 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함으로써 이 일련의 과정도 '일'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묘한 실웃음이 나왔다. 이런 생각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만족하건 만족하지 않건 주어진 일상을 살아내며 거기서 기쁨과 행복을 찾기도 하고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일이 없는 세상에 살 수 없고 혼자일 수 없다면 사람들과 부대끼고 자연스런 관계를 맺는 법을 알아가는 것 또한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그나마 즐길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책의 기본 소재는 '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여러 작가의 단편을 묶어 놓은 책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엿볼 수 있고, 여러 작가들의 시선을 다방면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즐거운 읽기였다.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을 요소를 더 가미한 환타스틱한 것도 있었다.

요즘 세상이 혼미하고 짐승들이 활보하다 보니 독특한 소재이고 비현실적이긴 하나 이런 일이 가능한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래보기도 한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그들 스스로 해결하고 마음 사람들은 침묵한다. 그들은 그것을 사업으로 확장시켜 범죄자를 완벽하게 처단하고 돈을 번다. 현실에선 해결하지 못하고 나약하기만 한 민중의 지팡이를 믿는 거 보다 이런 사람들의 등장이 비현실적이고 불법적임에도 은근히 기대된다. 내가 비정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장애아를 키우는 아버지의 일상이나 부모의 흔들림 속에 방치된 아이들이 나름의 일을 하고 자기네 방식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도 그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의 한 형태다. 한국 사회 모순의 한 단면일까. 주부의 일이 방대하고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경제적인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업군에 넣기를 꺼리고 괄시하는 느낌 . 물론 지금은 그 예전의 주부들보다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일의 중요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내가 그 주부군에 속하다보니 주부의 '일'에 시선을 둔 소설이 눈에 더 들어온 건 당연한 일. 남편의 위치를 생각하며 행동하고 자식의 감정에 충실하게 대해 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 가족의 그 누구도 감정을 보살펴 주지 못하는 그 자리 아내이자 엄마의 자리. 바람처럼 스치는 인연에 마음이 흔들리는 연약한 여자. 결혼 전 이해하기 조금은 난해했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났고 그 감정에 충분히 공감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런 나이 먹기인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남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친화적인 사이가 된다는 고전적인 소재의 소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때론 열악한 환경에 욕하고 뛰쳐나가고 싶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사랑하고 남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다 보면 그들속에 녹아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의 형태는 다양하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세상에서 하찮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본질의 것은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단순한 카피 문구처럼 일상에 감사하고 즐기는 법을 아는 우리가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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