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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보게 해주세요 -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
김보영 외 지음 / 요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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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소설에 대한 추억이 떠올라 구매를 했는데, 단편들 하나하나 선택의 후회가 없는 작품들이네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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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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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이 책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짜릿한 전기가 몸속을 휘저으면서 올라오는 소름은 책을 읽는 원동력이 된다. 좋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지켜볼 때의 즐거움 때문에 독서의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알콜에서 올라오는 오글거림이라고 하자)

   

처음 한스미디어에서 나온 책이라기에(찬오께이의 소설들이나 심리죄등 한스미스터리에 대해서만 생각한 내 얇은 지식에서 나온 편견이다) <128호실의 원고> 또한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얼마 전에 <당신이 어머니의 집 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읽고 울컥 했으면서도.

   

어떤 반전이 있을까 어떤 사건이 있을까 기대하면서 읽은 책의 첫 부분에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직감했지만 이내 <128호실의 원고>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미스터리 소설 못지않게 원고를 마무리한 작가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과 밝혀지는 비밀들이 마지막까지 유지되어 큰 즐거움을 줬다. 이러한 기회를 준 카티 보니당 작가님과 한스미디어 출판사와 서평 이벤트를 열어준 네영카에게(개인적인 일로 서평이 너무 늦었기에 미안함과 함께) 너무 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서간체 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은듯하다. 나에게 온 편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는 편지를 읽는다는 자체도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데 책의 내부 또한 편지지처럼 꾸며져 있다는 것이 더욱 몰입감을 심어주었다.(이메일로 보낼 때는 페이지가 다시 평범해지니 그런 점을 눈여겨보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33년간의 방황한 소설의 원고의 비밀이 약 6개월을 걸쳐 밝혀진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에서 사람들은 성장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간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바꾼 원고에 대해서 너무나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한 인물이 원고를 쓴 작가를 찾게 되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 원고가 33년 동안 무사히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졌는지 알고 싶었다.

   

(사람에 따라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원고의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면 그 원고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128호실의 원고>가 그 원고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삶에 대한 작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서간체 소설이기 때문에 인물의 모든 행동이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중간 중간 비어있는 날들이 있으며 오로지 편지를 쓴 이의 시점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그 부분이 아쉬울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기에 나에게는 상상력을 더 자극시켰다. 거기에 하나의 편지가 끝날 때마다 한숨 쉬어갈 수 있기에 읽기에도 편했다.(물론 다음 답장이 궁금해서 미친 듯이 그 부분이 나오길 빌기도 했다.)

   

시간을 쪼개어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왠지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드는 사람은 나뿐일까?

   

p.s. 참고로 나는 차례 부분은 읽지 않아도 좋겠다 생각했다. 실제로도 읽기 어려웠고 책을 읽다보면 차례는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인물들의 이름을 잘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이름 외우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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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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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작가님의 신작 에세이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가 출간되었다. 제목부터 표지의 디자인의 반투명 책갈피 굿즈까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요소는 많았지만(특히 제목이 참 좋다. 처음에는 가볍게 넘어갔는데 끝까지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니 영리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넘어졌을 때 결코 상처‘만’ 남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유희열님의 팬으로서 ‘아티스트 유희열 추천!’이라는 홍보 문구에 책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는데 운 좋게도 김영사 서평단으로 뽑히게 되어 책을 조금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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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큰 용기를 주거나 격한 위로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옆에서 살며시 토닥여 주는 느낌을 받았고 책에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오히려 내 고민에 대해 작가님의 답을 듣는 듯 했다. 특히 4장에서는 더욱 그러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상담심리를 공부한 후에 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심 라디오에서 다시 한번 뵙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라디오의 성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작가님에게 많은 사연을 보냈을 것이다. 어느 나이 때나 읽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때 읽었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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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이야기마다 1~2장의 분량으로 내용이 길지 않아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기에 좋으면서도 한 이야기마다 굵직한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4번째 파트인 ‘책과 라디오와 글쓰기’에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나를 두둔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었다.

특히 최근 책을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여기서 작가님은

 

[당신이 책을 쌓아두고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자책하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다.] -224p

 

라고 말해주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를 뽑으라 하면 두말없이 위의 내용이 포함된 ‘책을 쌓아두는 사람들’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내 말을 잊고 상대의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공감이다.] -55p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그는 거기에 없다. 그것이 상실이다.] -68p

 

[만일 당신이 길을 잃었다면, 나는 기차 안에서 기다릴 것이다. 우리가 타게 될 기차는 한명의 승객도 버리고 가지 않는다] -138p

 

[행복은 가성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레게 만드는 물건을 고심 끝에 사는 애틋한 행위에서 온다.] -194p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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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서점에서 이 책을 마주치게 된다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보기를 부탁한다. 잠깐의 시간을 들여 몇 개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아마도 그대로 책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영사 유튜브에 4분 분량의 작가님과의 짧은 인터뷰가 올라와 있으니 책 선택에 고민이 된다면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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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ㅣ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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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감정을 추스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과 부가적인 설명에 어느 정도는 슬픈 이야기가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더 많이 마음 아팠다. 사투리 때문에 읽기 더디겠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닦느라 늦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1918년 조선 시대에 살았던 여성들의 삶이 찐하게 담겨있는 소설이다. 소설 같은 삶을 살았던 버들과 같은 사람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한두 명이 아닌 여러 버들이 포와에 다양한 꿈을 꾸며 쫓아갔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 시절에는 다 그런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 하겠지만 그렇다고 잘못이 미화가 되면 안 된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고개를 들고 현실을 직시하고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반성하고 성장해야 한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그 현실을 마주보기에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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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버들과 홍주 송하 세 여성이 조선을 떠나 포와로 넘어가 다사다난한 일을 겪고 버티며 나아가는 이야기다. 꽤 오래기간 동안의 이야기 같지만 알고 보면 불과 3~4년의 일이고 나이는 파릇한 20대일뿐이다. 나에게 4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 많은 일이 생겼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말도 안 통하는 타국으로 넘어가 살아 남기 위해 발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어렴풋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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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가서는 버들의 딸의 시점으로 한인 2,3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갑자기 지난 시간만큼 그 분위기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내 이 이야기를 쓰기위해 앞의 내용들을 말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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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비공개로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후기를 쓰는 지금 이금이 작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금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워낙 나의 독서량이 적기 때문이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큰 감사를 느끼고 있다.

이렇게도 아름답고 슬프고 따뜻한 이야기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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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p.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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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했던 문장을 끝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 후기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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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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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이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 한 그랬고 주변의 추천이 없었다면 읽어볼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이하 생애주기)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유명한 테드 창의 SF소설이다. 

과학이 발달함에 있어서 가상현실은 더욱 생생해질테고 생애주기는 그런 시대의 이야기다.

생애주기에서는 디지언트라는 가상의 데이터 속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이것을 지금 현실로 데리고 와서 이야기해도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울리만 하다. 디지언트는 비록 데이터지만 분명 생명이 존재한다. 생명과 생명의 이야기.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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