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
임재훈.전진우 지음 / 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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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며 글을 쓰는 남자와 프리랜서로 글을 쓰는 남자의 '내 방향 찾기' 에세이다. 나답게 사는 것은 '내 멋대로', '내 뜻대로' 사는 게 정답이라지만 그게 어디 실천하기 쉬운 일인가? 마치 게임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어려운 퀘스트 같다. 임재훈, 전진우 두 저자는 대화와 메일을 통해 각자의 하루에서 '나다움'을 고민하게 된 계기를, 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힌다.

 

 

뭔가 '되려고(to be)' 하지 말고, 일단 뭔가를 '한다면(to do)' 훨씬 간단해지지 않을까?

전자는 타인들의 인정이 필요하지만, 후자는 혼자서도 가능해. (p. 41)

 

세상이 정해준(나도 모른 채 걸어온) 길을 밟아오면서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성적표와 자격증, 보고서로 이어진 꼬리를 우린 달고 산다. 언제부터 인정받기 위해 '증명'을 해야 했을까? 그게 과연 완벽히 되는 일일까? 수학 시간에 주어진 증명조차도 어려워 헤매던 나인데 그걸 사람에게 적용하자니 숨이 막힌다. 그러니 시대를 거스르며 받는 손가락질이 두려워서 스스로 숨통을 조이기보단 내가 주무를 수 있는 두 다리, 어깨에 손을 내밀라고 그들은 말한다.

 

왜 이렇게 우리는 명함에 집착하게 된 걸까? 나는 우리 스스로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려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해보는 시간이 필요해.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닌,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순수함이 필요할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있는 것들을 그냥 몸으로 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돼. 우리가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그렇게 목적없이 시간을 들여 해본 일이 몇 개나 있을까. (p. 94)

 

그들은 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해준 이야기를 예로 든다. '인생을 숙제하듯 살지 말라'라는 선배의 말은 퀘스트를 깨듯 사는 것과 같은 맥락의 말이었다. 인생을 마치 마케팅하듯 어떻게 보일까에 전전긍긍하면서 전략을 짜는 우리를 보면 기분이나 태도란 감정을 불가능한 논리로 보여주려는 허망한 사투 같단 생각이 든다. 그냥 목적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까짓것 한 번 해보는 미친 짓을 해보면 안 될까?

 

어떤 시기에 무언가를 했어야 했다는 '기준'들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나의 개별적인 상황과는 무관하게 그 기준에 맞추게끔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기준들은 나를 남들과 비교하게끔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도록 만든다. 스스로 '나이'가 의식되는 순간도 그와 비슷하다. 보통 몇 살에는 '이것'을 하고, 몇 살에는 '저것'을 끝내놓는다는 일반적인 기준들이 있다. 그래서 나이를 의식하게 되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런 '기준'들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자연스레 그동안 나의 고유한 삶은 고려되기 어렵다. (p. 287)

 

하루 24시간과 인생 시계를 똑같은 출발선에 놓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대한민국에서 나답게 사는 것은 가능합니까?"에 가능하다는 답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을 만큼 이유는 무한하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 일찍 좌절을 맛보는 사람이 있고, 이른 성공을 쟁취한 사람이 있다. 그건 향후 몇 년을 좌지우지 할 수는 있어도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정하는 정답이 아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느린 만큼 달콤한 수확을 맛보는 사람, 쾌락에 빠져 하강하는 사람, 이룬 것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길을 나아가는 사람 등 다양한 인생 군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이겨내는 방법과 사막에서 이겨내는 방법은 그 디테일이 다르다는 거예요.

근데 우리는 그 디테일의 차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요. (p. 18)

 

얼마 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워 담으라고. 그녀 인생은 칠십 이후, 손녀의 도움으로 내일이 신기한 일상이 되었다. 세상에는 기적이 불리는 뜻밖의 행운이 존재한다. 어쩌면 나답게 사는 것이 그 기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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