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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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먹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음식이 있듯 

이 계절에 필요한 위로가 있다

 

 

왜 더위에 짜증이 나는가 했더니 7월, 여름의 중반이었다. 먹고 싶은 것도, 먹어야 할 것도 다 귀찮아 대충 때가 많은 계절. 이런 시기에는 입맛을 돋우는 혀의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박찬일 셰프는 그 계절에 먹야만 하는 식재료를 소개하며 특별한 미각 위로를 전한다. 그가 소개하는 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재배되고 키워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과거에 환호했던 맛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걸 보면 먹었던 건 누군가를 기억을 혀끝에 채우는 일인 듯하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철 재료를 소개하며 식탁 앞에서 사라지거나 당연하게 여기게 된 생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싸고 실한 양으로 굶주린 가족을 배불리 먹이려 한 어머니의 마음이기도, 지금은 금값으로 불릴 만큼 가치를 얻게 된 귀한 음식이 돼버리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더 이상 예전만큼의 수확량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지겨웠던 식단의 그리움을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시켜 눈물을 자동재생 시킨다.

 

입맛이 변하면서 '어른의 맛'이라 불리는 재료들에 덥석 손이 가는 걸 보면 변화는 안타까움만을 주는 것 같진 않다. 그가 몰랐던 가지 맛을 알게 된 것처럼 나도 진한 향과 거친 식감 때문에 기피했던 깻잎을 즐겨먹게 되었으니 이건 즐거운 새로움이다. 예전만 못한 건,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닌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성장한 기억과 혀끝에 있다. 그때 있었던 사연과 결부된 근사한 한 끼가 매일의 세 끼를 결정한다.

 

건강프로나 먹방영상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밥상 재료들이있다. 엄마가 자주 구워주는 고기, 어쩌다 할머니가 한 포대씩 보내주는 양파와 무, 비릿해서 쳐다보기도 싫지만 누군가에겐 소울푸드인 생선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영양결핍을 예방하는 중이다. 내일은 나에게 어떤 요리를 해 먹일까 고민해본다. 나를 잘 먹이는 일처럼 중요한 돌봄 노동은 없을 테니까.

 

이런 난리에도 나는 제철을 적는다. 제철을 무시하고 음식이 제 얼굴을 지니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첨단의 요리 기술과 보존 능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젠 애증이 된 제철의 산물들. 잃어서 알고 나면 몰라서 못 먹어보는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책을 낸다. 맛있는 것 못 먹고 지나가는 여러분의 인생이 아쉬울 것만 같아서. 글로 적은 음식 이야기는 한 수레를 쌓아도 한술의 음식이 못된다. 그것이 물질의 힘이다.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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