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브릴로 프린치프 - 세기를 뒤흔든 청년
헨리크 레르 글.그림, 오숙은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6월
평점 :
이 책은 1914년 6월 28일에 일어난 사라예보 사건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한 청년이 페르디난트 대공을 권총으로 암살하여 제1차 세계 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사건이다.
주인공은 바로 그 청년으로 표제의 인물 가브릴로 프린치프이다.
사실 그동안 단순하게 총을 쏜 인물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사건의 과정과 그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무정부주의자이며 대세르비아주의자이다. 슬라브족에 대한 차별과 억압, 그로 인한 울분이 암살의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프린치프의 행위를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역사 속 민족주의적 거사들과
겹쳐지는 지점이 있었다.
나는 그를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닌, 당시 억압받던 남슬라브 민족의 대의를 위한 행위자로
보게 되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탄압과 우울하고 궁핍한 생활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서에서 단 몇 줄로 지나가는 사건이지만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과거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작중 프린치프가 하는 말이 있다. '어느 누구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혼자 돌리지 못한다. 전쟁은
어차피 일어났을 것이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당시 열강들은 구조적 갈등과 탐욕이 극에 달해 있었다.
전쟁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누가 빌미를 제공하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다.
때마침 이 사건이 일어나 전쟁이 터졌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한 청년이 세계 대전을 일으킨
주범으로 비난받았다.
그래서 역사는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그래픽 노블을 보며 느낀 개인적인 관점이며 실제 역사적 평가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이 책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으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연출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인데, 이야기의 진행 시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었다.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생김새 구별이 잘 되지 않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이런 요소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독을 권한만한 책이라 평가한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1918년 4월 28일 테레지엔슈타트 수용소에서 결핵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몸무게는 40kg이었다. 이 숫자는 그가 겪었을 고통을 말해주는 듯하다.
한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역사는 누가 쓰는 것이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