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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평점 :
『세계를 향한 의지』는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셰익스피어의 삶을 추적한 책이다.
그 속에서 영국 사회와 문화, 정치 그리고 주변 인물들까지 폭넓게 다루며 그의 삶을 복원해낸다.
하지만 이 집요할 정도로 세밀한 접근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배경 설명을 너무나 깊게 다루다 보니 독자는 주객전도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셰익스피어가 랭커셔에 있을 당시 알렉산더 호턴의 집에 머물고 있던 상황을 살펴보자.
호턴이 그의 친구 토머스 헤스켓에게 윌(셰익스피어)을 추천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교황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암살을 공식적으로 용인한 사건으로 확장된다.
이어 아일랜드에서 가톨릭 교도가 봉기를 일으키다 영국 군대에 학살당한 일화가 소개되고,
가톨릭 교도들이 몰래 돌려가며 읽었던 소책자의 내용으로 주제가 넘어간다.
이후 소책자의 저자 캠피언이 개신교와의 토론을 제안한 이야기가 나오며,
그가 추적자들에게 붙잡힐 뻔한 일, 여러 집을 옮겨다니며 사람들에게 강론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마침내 캠피언이 그런 생활을 하는 동안 그에게 조언을 해준 사람 중 한 명이
셰익스피어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성 내용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곁가지 내용들이 이어진다.
이런 부차적인 내용의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친절한 배경 설명을 선호하는 나로서도 지겨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간 정도 읽다가 책을 덮어버렸다.
솔직한 마음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작정 사서 읽던 버릇에서 빌려 읽어보고 판단하는 습관으로 바꿔가는 중인데,
이럴 때마다 도서관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이런 평가가 책의 내용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뛰어난 천착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다만 나는 셰익스피어의 삶 그 자체가 궁금했을 뿐인데,
지나치게 상세한 주변 설명에 지쳐버린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그를 둘러싼 시대상을 깊게 탐구하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