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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주사 무섭지 않아 - 그림책은 내 친구 ㅣ 내 친구는 그림책
후카이 하루오 글 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6년 3월
평점 :
병원이라면 근처만 가도 우는 영웅이, 주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망가기 바쁜 영웅이도 이책은 좋아한다. 주사가 무서워 도망가는 거인 뒤로 마을 사람들이 쫓아가며 주사를 맞으라고 한다. 숲으로 도망가다 까치한테 들키고, 다리밑으로 도망갔다가 원숭이한테 들키고 결국 집에 숨어서 안나오는데 그만 열병이 나고만다. 꿈에 의사선생님이 무지막지하게 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자 거인은 무서워서 입을 딱 벌리고 만다. 그래서 거인은 결국 큰주사 대신 작은 주사를 여러대 맞으면서 주사는 무서운게 아니라 우리 몸을 아프지 않게 해주는거란걸 가르쳐준다.
그림이 참 소박하다. 거인의 배꼽이 귤인 것도 재미있고, 거인이 주사가 무서워 도망간다는 것도 재미있고, 거인이라서 큰 주사를 맞는다는 것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거인이나무 속에 숨고 다리 밑에 숨는다는 설정이 무척 재미있다. 거인이라도 무섭게 생긴게 아니다. 동글동글한 코에, 선해보이는 큰 눈, 축쳐진 눈썹은 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다. 아니 동글동글한 몸매에 팬티만 입은 모습이 수염만 없다면 영락없는 기저귀 찬 어린아기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엄마, 거인 방에 괴물이 왜 있어?' 거인의 악몽에는 천장도, 사진 속의 고양이 액자도, 스텐드도 다 괴물로 변해 버린다. 그걸 보고 영웅이가 하는 말이다. 아직도 영웅이는 주사를 무서워한다. 그러나 말만은 주사는 무서운게 아니라고 한다. '아야하면 주사맞고 약먹으마 금방 낫는다이~' 이렇게 엄마한테 일러주니 말이다. 그리고 이책을 무척 좋아한다. 덩달아 2살된 작은놈도 즐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