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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인생이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1월
평점 :
세상이 별것 있는 인생들만 살아간다면 그들 전부가 정말 별것 있는 인생이 될까?
오히려 별것도 없는 인생들이 많아야, 그 잘난 별것 있는 인생들이 돋보이는 법.
나는 '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전에 마광수의 글을 읽어 본 적이 없다.
문학이나 예술이란 것은 리얼리즘을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줄 알던 시절, 감히 야한 소설가 마광수라니.
그러함에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둘러싼 필화 사건에는 분노했다.
일부 몇몇의 사람들에게 소설 따위가 야하다 해서 그 작품과 작가가 유죄가 되는 세상이라니.
하물며 바른말 하는 사람이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갔어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마광수는 그때의 그일을 두고 이렇게 항변하고 있다.
"박정희식의 파시즘적 독재 권력이나 조선조식 왕권정치에 대한 은근한 동경 역시, 성욕을 대리배설시키는 것을 억압하고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주지 않는, '문화적 촌티'로 무장된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233쪽~234쪽)"
지금도 다양한 방식과 이름으로 통제되고 있지만 한때 우리나라에는 출판물, 영상물, 공연물 등등에 대한 사전 심의라는 것이 존재했다. 몇 명의 점잖으신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들 사전 심사를 해주셨는지 그들의 입맛에 따라 어느 것은 금지의 대상이 되고 어느 것은 허용의 대상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마광수는 너무 야해서 금지의 대상이 되었고, 정태춘의 노래는 너무 민중적이어서 금지, 서태지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헤친다해서 금지 등등등.
(얼마 전에 여성가족부가 술이란 단어가 들어간다고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니 그 노래를 틀지말라고 해서 나는 요즘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이 대중 가요의 가사를 열심히 감시하는 일로 월급을 받는 줄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50대 이후에 속하는 세대의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했던 옛 시절에 대한 묘한 향수와 더불어 '가난'에 대한 정체 모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일종의 '애증병존(愛憎竝存)'이나 '양가감정(兩價感精)'인 셈인데, 그 점이 바로 나를 문단의 '왕따'로 만들어버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단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대개 50대 이후의 작가나 평론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274쪽)"
이 책은 나에게 참 불편한 책이었다.
이 나이에도 불편할 정도로 너무 솔직한 야함이라니.
마광수는 정말 야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그렇다. 일부는.
그럼 다른 부분은?
정말 별 볼일도 없는 찌질한 삼류 예술가들.
그저 가끔 얼굴 보고 술이나 나눠 마시고, 적당한 값에 작품이 팔려 먹고 살 수만 있기를 바라고, 찐한 섹스나 가끔 하길 원하는 별거도 없는 예술가들의 입을 통해 쏟아내는 마광수의 주류사회를 향한 독설과 같은 어퍼컷.
"우리끼리 자화자찬하는 꼴이 되었군. 하지만 우리 셋은 그만하면 순수하고 순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하긴 그래서 이 모양 이꼴로 꾀죄죄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거지만. 한국에서는 역시 이중적 가면을 쓰고 악착같은 권모술수를 부려야만 어떤 방면에서든지 성공할 수 있지(5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