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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홈 - 전쟁에 찢기고 운명에 내던져진 두 소녀 ㅣ 한우리 청소년 문학 3
나이마 비 로버트 지음, 김양미 옮김 / 한우리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경작하는 동안 사람은 위엄 있고 근본이 튼튼한 왕과도 같지. 하지만 일단 농장을 빼앗기게 되면 그는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소작료를 내는 소작농에 불과해. 그렇지 않으면 거지로 전락하겠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라 그들과 경기를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없어. 그건 명백한 사실이야."
---66쪽---
초가지붕이 있는 둥근 흙집, 농장 한복판에 있는 큰 나무, 옥수수 밭과 뾰족한 뿔이 달린 소 떼, 꼭대기에 커다란 바위를 이고 있는 산들, 뿌리가 하늘을 향해 솟은 것처럼 보이는 바오바브나무, 끝없이 펼쳐진 하늘,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구름들.
대지의 딸 타리로는 한때는 로지디아였지만 지금은 짐바브웨인 풍요로운 땅에 있는 바오바브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
1964년, 첫사랑 나모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던 열 네살, 그해 비극이 시작되었다.
수백년 조상 대대로 살던 풍요로운 땅을 백인들에게 강제로 빼앗기고 원주민 보호구역인 척박한 땅으로 내몰리게 된다.
타로리 자신을 지켜주려고 저항하던 나모는 백인들에게 끌려가 폭행 당한 끝에 눈먼 장님이 되어버리고, 삼촌과 촌장인 아버지와 오빠들도 저항해보지만 그들의 총칼을 이길 순 없었다.
수용소로 쫓겨난 엄마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동생을 낳던 중 죽고, 자신은 백인 이언에게 성폭행 당한 후에 금발머리의 딸을 낳은 후 짐바브웨 해방전쟁에 참여하러 오빠를 따라 떠난다.
2000년 로지디아였다가 지금은 짐바브웨란 이름으로 바뀐 아프리카의 백인 농장주의 딸인 케이티는 아침이면 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아버지가 30 여년의 세월을 바쳐 가꾼 바오바브농장이라 불리는 대형 농장을 둘러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이제 그녀는 도시에 있는 백인 상류층들이 다니는 기숙학교로 떠나게 된다. 그녀에게 흑인들이란 이름도 필요없고, 무식하고 비천해 원래부터 백인들을 돕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들이 찾아온다.
케이티의 가족들에게 농장을 떠나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소유권을 명시한 문서까지 있는 바오바브 농장은 케이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인데 참전용사였다는 늙은 흑인여자는 이곳이 원래 그들의 땅이었다고 말한다.
흑인들에게 불탄 집과 농장을 빼앗기고, 맨몸으로 쫓겨나 영국에 있는 삼촌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어느 날 찾아온 손님이 자신의 집과 농장을 빼앗아간 짐바브웨 해방전쟁의 참전용사이자, 바오바브농장이 있던 그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성실했던 아버지로 부터 성폭행 당해 자신의 이복 언니를 낳은 타리로와 조우하게 되면서 수십 년 세월 뒤에 가려졌던 아프리카의 비극과 진실을 알게 된 케이티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독자로서 나는 아프리카의 비극의 가운데 서있는 타와나에게서 희망을 본다.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40년이나 기다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기다릴 것이다....나는 언제까지고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이복동생 케이티의 손을 , 한때 햇빛에 검게 탔던 농장주 딸의 손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나는 케이티에게 우리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아무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곳으로 쫓겨나지 않고, 모두가 마음을 열고 자유롭게 집으로 돌아올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에 집바 자 마브웨라는 위대한 돌의 도시를 세운 것처럼, 짐바브웨라는 우리 집을 우리 손으로 다시 세우기 위해 모두가 자유롭게 돌아올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340쪽---
아프리카 현대사의 흑백 인종간의 비극을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로 만난 기억이 별로 없다.
수천 년간 그땅에서 살았으나 쫓겨나 학살 당하거나 노예가 되어야했던 흑인 원주민과 그땅을 빼앗았고, 그들을 노예로 부리며 살고 있는 이주민 백인의 시각을 한 권에서 이렇게 명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또 있었을까?
청소년들이 보아도 성인들이 보아도 작품성이 탁월한 책이다.
****한우리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