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싸우는가 - 싸울 수밖에 없다는 착각 그리고 해법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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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우리는 왜 싸우는가 (크리스토퍼 블랫먼, 김영사, 2025, 11)

 

저자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행운아다. 그는 나이로비에서 우연한 사건으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우리는 왜 싸우는가를 연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사랑과 진심을 담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래서 내용과 구성이 너무나도 완벽하다.

 

1부에서는 전쟁이 발생하는 근원을 게임이론에 근거해 다섯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저자는 과거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부터 시작해 최근 라이베리아 폭동까지 다양한 갈등과 폭력 사태를 사례로 들어 자신이 제시한 기준으로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부터 최근의 생생한 경험까지 담고 있어 역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이었다. 또한, 우리가 폭력과 전쟁이 발생하는 상황에 관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추론이나 편견을 바로잡고,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진단한 기준을 바탕으로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평화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철저히 인간의 선함을 믿지 않는 홉스의 관점을 수용하고 있어 세계가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면서, 평화로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평화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본다.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그 해결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노력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저자는 우리가 실수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왜 싸우‘(지 않)’는가-

 

이 책의 제목은 우리는 왜 싸우는가이지만, 저자의 진단은 우리는 왜 싸우지 않는가에서 시작한다. 전쟁은 매우 극적이다. 폭력을 허용한다는 점도, 살인과 광기가 영웅시된다는 점도 그렇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전쟁에 대해 매우 편향적이라 주장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잔혹함이 전쟁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모습이고, 우리는 이것을 쉽게 설명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인간은 싸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와 같은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인간은 폭력을 갈망하고, 사회적 제재가 없다면 얼마든지 잔혹해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쟁의 모습을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전쟁이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종교적, 민족적, 지역적 갈등과 증오는 분명 존재하지만, 모두가 전쟁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선택하지 않는다. , 우리가 전쟁이라는 극적인 장면에 너무 주목한 나머지, 전쟁을 피했던 나머지 사례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집단, 심지어 적대적인 집단도 싸우지 않고 함께 나란히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적들도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 증오하는 쪽을 선호한다. …… 이처럼 타협의 실패(전쟁)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은 일종의 선택 편향으로, 우리 모두 쉽게 범하는 논리 오류다.”(22~3, 서문)

 

저자는 이러한 오류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전쟁의 근원을 진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인간 집단이 대체로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가정한다. 주의할 것은 인간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인원이 증가할수록 집단은 합리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인간 집단이 평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게임이론, 전략학으로 분석한다. 저자가 제시한 전쟁 발생의 다섯 가지 기준은 견제되지 않은 이익(2)’, ‘무형의 동기(3)’, ‘불확실성(4)’, ‘이행 문제(5)’, ‘잘못된 인식(6)’이다.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전쟁사-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례 분석이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기준을 활용하여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최근의 폭력 사태까지 폭넓은 사건을 분석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2003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기준을 모두 활용하여 설명할 수 있는 사례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편향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뿐만 아니라 지금껏 알아채지 못했던 정보까지 다양한 기준과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어서 매우 매력적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더욱 매력적인 부분은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논리를 적용하면, 기존에 일어난 전쟁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섯 가지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서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섯 가지 요건이 합쳐지면 합쳐질수록 전쟁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교훈을 잘 이해한다면, 우리가 전쟁을 피하고 평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저자는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을 평화라고 보지 않는다. 저자가 보는 평화는 오래도록 거대한 폭력과 살육이 지속되는 전쟁을 막는 것이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평화는 평화로운 수단으로 갈등을 다스리는 힘이다.”(258, 7장 상호의존)

 

 

-평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엔지니어(403)-

 

저자는 1부 전쟁의 근원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2부에서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상호의존(7)’, ‘견제와 균형(8)’, ‘규칙과 집행(9)’, ‘개입(10)’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해법이 모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갈등과 분쟁은 그 지역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매우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11장에서 평화를 위해 지금껏 들여온 노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꼬집는다. 평화를 위한 해법 또한 전쟁의 근원만큼이나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고, 잘못된 진단을 바탕으로 내린 처방은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결론에서 우리가 모두 지켜야 할 십계명을 제시한다. 저자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위대한 영웅이나 강력한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평화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의 십계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이자 지침이다. 십계명은 국제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우리는 그의 주장을 바탕으로 조금씩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는 엔지니어가 되어 국제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저자가 국제 평화를 위해 독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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