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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
김나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왼팔을 비롯해 많은 것을 잃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상실은 깊은 좌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모든 상실을 이겨내고 있다. 마치 절대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 같은 모습이다. 그 안타까운 모습에 내가 저자를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반대로 내가 저자의 따뜻한 말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저자이지만, 인생의 깊은 굴곡으로 인해 나보다 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어려운 일을 이겨낼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나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 많은 힌트가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그녀는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내 삶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 삶은 그야말로 감사한 것투성이다."(25쪽)
나는 이것이 어려운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힘이 저자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사고로 병원에 누워있어야만 했던 그 견딜 수 없는 시간마저도 '하늘이 보태준 시간'(72쪽)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나고 나면 부정적인 기억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남는다고 하지만, 저자는 매순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자 주변에는 좋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이 매우 많다. 나 같아도 저자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 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매우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 긍정적인 에너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다음으로 그녀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있다.
"슬픔과 두려움에 갇히지 않으려 애썼던 마음이 빛나는 나의 두 번째 정체성을 비로소 찾아내 준 뜻 깊은 날이었다."(44쪽)
저자도 분명 알고 있었다. 현재의 아픔을 외면하는 선택이 순간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가장 어렵지만 바람직한 길을 선택한다. 두려움에 맞서기로 한 것이다. 비참하겠지만, 두렵겠지만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행위는 앞으로 자신이 발전해나갈 방향을 보여줄 수 있다. 숨기고 외면하는 것은 당장의 고통을 피할 수 있게 하겠지만, 그 고통은 언젠가 더 큰 파도로 나를 덮치게 될 것이란 것을 누구나 잘 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욕심이 있다.
"나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210쪽)
저자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 욕심이 나쁜 방향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호기심이 많다.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나면 책임감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공부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 나가야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그 욕심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욕심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멈출 수 없다.
저자는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다. 아마도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력은 단순히 외모만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 사람은 분명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가장 부러운 점은 저자의 찐친들이다.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내 겉모습이야 어떻든 여전히 친구 김나윤으로 나를 대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다."(79쪽)
나는 그녀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 이 찐친들이라 믿는다. 사고의 순간에도, 사고 이후 겪었던 좌절의 순간에도 그녀의 찐친들은 늘 곁에서 함께 울고 웃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일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좌절의 순간이 찾아와도 그녀의 삶은 안정적인 궤도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삶의 안정감은 언제나 곁에 사람들이 함께일 때 마련된다. 따뜻한 대표님과 한결같은 미용실 직원들, 나를 잊지 않아준 고객들 덕분에 나는 그날 다시 한번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90쪽)
저자는 스스로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기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162쪽)
같은 것들이다. 나도 이 사실을 깨닫는데 무려 사회생활 20년이 필요했다. 내가 그토록 애쓰며 살아왔던 지난 삶의 대부분은 불필요했던 행동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깨닫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저자는 쉽게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저자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로부터도 쉽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유난히도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친구들을 좋아했다. ... 그들에게는 시야를 함께 넓혀줄 사람이 있었던 거다."(169쪽)
저자는 스스로, 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내가 이 지점에서 큰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은 사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깨닫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교과서로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기에 어쩌면 이런 깨달음이야말로 누군가 가르쳐줄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이, 그리고 저자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깨달은 것을 담담하게 주변에 전해주는 사람.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물음표 살인마(58쪽)'라고 표현한다. 나는 그 표현이 섬뜩하지만 참 좋다고 생각했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더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설 힘이 생긴다. 저자도 아직 정확한 자기 두 번째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질문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방향을 설정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는 그래서 저자를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다. 방화하는 사람에게, 깊은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