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 외 옮김, 진대제 감수, 정재승 해제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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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김영사, 2025, 21)

 

20년 만에 다시 찍은 책이라기엔 너무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왜 이 책을 지금에야 알았을까.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특이점이 곧 다가온다고 예측한다.

 

특이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41, 1장 여섯 시기)

 

나는 과연 특이점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언급된 그 시점은 바로 2020년대에서 2030년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AI가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바로 이 지점을 그는 20년 전에 예측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앞으로 천 권의 SF를 탄생시킬 책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 책에서 예측한 장면을 다룬 SF 소설들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만큼 내가 아는 근미래의 모습들은 이 책에서 출발한 것들이 많았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이점을 예측하며, 이에 대한 논쟁까지 담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결론은 매우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바로 특이점이 온다.”이다. 저자는 특이점이 왜 올 수밖에 없는지,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그것을 위해 우리가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다만, 그가 다루는 영역이 너무 방대하고 상세한 연구 성과를 담고 있어서 나 같은 평범한 지적 수준으로는 한 번에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 예측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엄격한 과학적 분석에 근거하여 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고, 논쟁할 수 있다.

 

 

-미래 예측이 어려운 이유-

 

저자의 주장이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인 이유는 우리가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한다. 우리는 너무도 많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우리가 역사를 학습하기 때문에 갖게 되는 고정관념이다. , 역사 발전 과정처럼 미래도 선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기대한다는 점이다. 과거 인류 문명의 발전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미래도 그처럼 빠르게 발전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미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술 발전이 또 다른 기술 발전을 낳고, 그 기술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확 가속의 법칙이다. 그래서 저자는 가까운 시일에 모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무한대의 발전이 나타날 것이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자는 미래의 길을 찾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실에만 발을 딛고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교사인 내가 학교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학습은 일단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겠으나, 뇌 자체를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거추장스러운 과정(학교 교육, 학습 등등) 없이 곧바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운로드 받게 될 것이다. ……노는 것 역시 지식을 창조하는 일이 될 테니, 사실상 일과 놀이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없어진다.”(422, 6장 어떤 영향들을 겪게 될 것인가.)

 

-G.N.R(유전학, 나노 기술, 로봇 공학)-

 

미래 예측이 집약된 부분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연구처럼 생물학과 유전학의 발전이 인류의 삶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나노 기술이 적용될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 뇌에 있는 뉴런을 나노 기술로 만들어내서 생물 뉴런과 전자 뉴런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뇌가 가진 생물학적 한계를 컴퓨터와의 연결로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인체를 로봇으로 대체해나갈 수 있다면 뇌의 한계뿐 아니라 인간이 가진 한계 자체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른바 생명이 나노 기술의 도움을 받아 로봇으로 그 한계를 대체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예측을 가장 먼저 소설가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저자가 예측한 모습들을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은 쉽게 구체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소설가들이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근미래에 발생하게 될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걸 읽기 쉬운 소설로 다양하게 그려낸다면, 그것들을 일반인들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와 웹툰 같은 형태로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도래할 것이다. 다음은 사회학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들이 다양한 매체 속에 묘사된 상상 속 모습들을 분석하여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것인지 판단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제 마지막은 법학자와 윤리학자들이 나서야 한다. 법적으로 발생할 문제를 미리 대비하고, 윤리적으로 세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기술 발전이 우리 사회에 끼칠 중대한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급변하는 기술을 인류의 소중한 가치들을 진작하는 데 사용하면서 한편으로 방어 능력을 키워가는 수밖에 없다.”(600, 8장 뗄 수 없게 얽힌 GNR의 희망과 위험)

 

아무래도 내가 저자와 달리 인문학적 가치를 더 중요하나 보다. 저자는 기술 발전이 가져올 위험은 기술 발전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데, 사실 나는 그런 기술적 균형이 쉽게 깨질 수 있고, 미래에 균형이 깨진 순간은 지금보다 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당연히 지금보다 기술 수준이 매우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성에 대한 논란-

 

특이점에 도달한다면, 기술(기계)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과연 인간은 존재할 수 있을까. 쉽게 예를 들자면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인간은 인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뇌에 나노 기술로 만든 인공 뉴런을 넣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접속이 가능한 인간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시험볼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킬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 앞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사실 나는 보수적인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 인간 고유의 영역이 남아 있길 기대했는가 보다. 그런데 저자는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신체가 모두 기계로 대체된다고 하더라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와 융합해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심지어 생물로서 인간이 모두 사라지고, 이 지구상에 기계만 남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기계가 곧 한계를 극복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매우 놀라운 생각이다.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또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그때에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인간성이란 게 있을까? 물론이다. 늘 현재의 한계를 넘어 물질적, 정신적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유의 속성은 여전할 것이다.”(45, 1장 여섯 시기)

 

인간 복제는 잠깐은 논란의 대상이 되겠으나 곧 급속히 널리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껏 등장한 모든 생식 기술이 그랬다.”(317, 5GNR)

 

 

-발상의 전환-

 

저자는 아주 쉽게 시공간을 넘나든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설명이 이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용어들을 아주 재미있게 만든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20억 년 전 박테리아가 20억 년 후 인간 존재에 대해 상상하는 장면이다.

 

나는 우리(박테리아)들이 사회를 이루게 될 거라고 생각해. 우리들이 하나의 세포로 뭉치고, 그 세포는 하나의 커다랗고 복잡한 유기체(인간)처럼 행동하는 거지. 물론 능력이 훨씬 뛰어난 유기체가 되겠지.”(418, GNR)

 

박테리아가 생물학적 진화를 바탕으로 인간과 같은 유기체로 변화했음에도 그들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기계적 진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존재(포스트 휴먼?)가 되더라도 그들의 의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전환만으로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면서 동시에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다.

 

레이 커즈와일은 자기 이름을 딴 발명품과 회사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건강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이 있어 수많은 처방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책을 쓰기도 했다. 공자의 말씀이 생각난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 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 하다.” 저자는 분명 이 모든 것들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방대하고 세세한 예측을 할 수 없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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