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김준태, 한겨레출판, 2025, 초판 1쇄)
논어를 다룬 책은 이번이 세 번째 읽는다. 저자와 출판사는 모두 다르지만. 그들 중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논어의 내용을 세세하게 분해하여 범주화 시켰다는 점이다. 각각의 구절을 하나씩 나열하여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 둔 것이다.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엔 조금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자의 주석서보다 이런 형태가 더 공부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필요한 것이 어디에 있는지 더 쉽게 다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1부 仁, 더더욱 사람이 먼저다.
2부 義, 사람다움을 지키는 기준.
3부 禮,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관계)
4부 智,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
5부. 그리고, 삶.(위 범주에는 들지 않지만 중요한 다양한 개념들)
저자가 정한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친근감이 생긴다. 논어가 어려운 철학 서적이 아니라 일종의 실용서 또는 자기계발서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됨을 강조하고, 어떻게 해야만 사람됨을 지킬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 등은 결국 이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종의 지침서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의 지배층은 부와 이익, 영토라는 철기 사용의 결과물에만 매혹되었을 뿐, 문명의 전환을 아우르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 새 시대에 어울리는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국강병을 강조하고 물질적인 이익을 우선하다 보니 사회는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5쪽, 프롤로그)
저자는 지금 우리도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을 겪는 문명의 전환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500년의 시간을 건너 논어를 다시 지금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얼마 전 동아시아사 수업을 하면서 이 책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조금 더 소개해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사실 주자가 강조한 사서가 왜 오경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를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자도 저자처럼 송 대 현실을 문명의 전환기라고 판단했던 것이고, 사회적 혼란을 바로잡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래서 논어를 근본을 세우는 데 필요한 책이라고 평가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각 챕터는 딱 필사하기 좋은 분량이다. 각각의 내용이 우리 삶에 지침이 될 정도로 충분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각 챕터 중에서, 내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 필사하면서 되새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읽는 중에 많은 것이 마음에 와 닿았지만, 그 중에서 나도 세 가지를 꼽아 적어보면서 내 삶을 되새겨보고 싶었다.
"忠, 잘못했으면 감싸지 말고 일깨워 주라는 거죠. 설령 상대가 언짢아하고 노여워할지라도 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고,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충성하는 방법입니다."(124쪽, 3부 관계)
忠은 아랫 사람이 맹목적으로 윗 사람을 추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색다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心)의 중심(中)을 잡아주는 것으로 이것을 사랑으로 본 것이다. 아랫 사람이 윗 사람을 사랑한다면 어렵겠지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마찬가지로 윗 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진심어린 가르침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받아들였다. 사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보면, 나는 그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다. 내가 직설적으로 상대에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는 척 하지만, 사실 나는 적극적으로 상대를 위해 忠을 실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흔히 '배움'하면 지식을 쌓는 것만 생각하지만 수양도 배움입니다. ... 화가 날 때는 내가 화를 냄으로써 생겨날 어려움을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 잘못해도 되고 실수해도 됩니다. 다만 그 원인을 분명히 인지하고 개선하여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겁니다."(225~6쪽, 4부 배움)
지식을 쌓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수양이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다면 배우지 못한 것과 같다. 특히 공자가 중요하게 여긴 배움의 자세로 화가 날 때 실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은 항상 밑바닥에 도달할 때 그 근본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분노로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지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 실수로부터 배워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지, 잘못을 감추기 급급하거나 핑계를 대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공자의 말씀처럼 나도 이 두 가지를 잘 염두에 두었다가 내 행동을 성찰하는 기준으로 활용해야 겠다.
"나이가 마흔이 되었는데도 미움을 받으면 거기서 끝난 것이다."(260쪽, 5부 그리고 삶)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불혹, 마흔이 되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추게 되지만, 이미 형성된 습관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고 하니, 마흔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20대, 30대에 수양을 통해 완성된 인격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행동을 조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젊은 사람들이 더 불편해하고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나이를 빌미로 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기보다, 그들의 의견을 더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이 마흔은 인격을 완성시켜야 하는 나이라기보다 인격을 계속해서 수양해가야할 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논어가 고전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늘 궁금했다. 저자에 따르면, 공자의 가르침은 거창하지 않다. 게다가 실천하기 어렵지도 않다. 한마디로 쉽고, 누구나 지키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위대하다는 것이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쉬워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논어는 곁에 두고 자주 읽을수록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