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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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글쓰기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백창민, 한겨레출판, 2025, 초판 1)

 

“‘왔던 길(과거)’을 모르고, 어찌 선 자리(현재)’를 알 것이며, 어떻게 갈 길(미래)’을 밝힐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9, 들어가는 말)

 

책사냥꾼도서관 덕후인 저자가 써 내려간 도서관사()를 담고 있다. 나도 책을 좋아해서 집 주변에 큰 도서관이 없다는 점을 늘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 선생이면서도 저자처럼 도서관 그 자체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도서관이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식이었다. 책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책은 거의 구매해서 봤으니까.

그런데 도서관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 매우 정치적인 공간이라는 점. 일제 강점기 도서관은 사상을 통제하는 기지였다는 점. 또한, 도서관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었다는 점 등이다. 이 책을 통해 오히려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면 좀 과한 표현일까. 그동안 진주알로만 알던 역사를 도서관이라는 실로 제대로 꿰매어 엮은 기분이 든다.

도서관의 역사 하나만으로도 우리 근현대사를 이렇게 정교하게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매우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503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매우 흥미진진한 역사로 가득 차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중적 유산, 도서관-

 

정조의 규장각, 고종의 집옥재.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분명 우리에게도 도서관의 뿌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조선의 멸망과 함께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약탈하기 위해 민가를 드나들었던 프랑스군이 남긴 기록에서 허름한 집에도 책이 있어 놀랐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분명 책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고, 충분히 도서관을 세워 인재를 양성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저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도서관은 그저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점령된 지 오래다. 장서가 얼마나 있는지, 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보다 열람실 좌석 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이것이 일제 강점의 잔재라고 한다.

 

식민 잔재는 청산하지 못하고, ‘유산은 상실해 버린 불행한 역사가 압축된 곳이 바로 철도 도서관이다.”(47, 철도도서관)

 

비단 도서관만의 문제이겠는가.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할 수 없는 것도, 우리의 유산을 모두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도, 모두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도서관 사서가 도서관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교사인 내가 학교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잔재는 계속해서 우리의 전통인 양 미래를 잠식할 것이고, 소중한 유산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테니까.

 

 

-도서관의 존재 이유-

 

동양의 먼 나라에서 우리 도서관을 찾아 준 것이 더 고맙다. 당신 같은 사람을 위해서 도서관은 존재한다.”(251, 도서관 앞 광장)

 

도서관은 왜 필요할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일까, 지식의 연구와 발전을 위해서일까. 나는 도서관이 찾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 문장이 가장 가슴에 뜨겁게 와 닿았다. 이 책에 따르면 도서관은 늘 권력자의 의도에 의해 존재하거나, 또는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독재 정권 시절에는 책을 보관하기에도 불편한 건물에 억지로 욱여넣거나, 사람들이 찾기도 어려운 곳으로 도서관을 옮겨버리기도 했다. 통치에 필요하지 않은 책은 불태워지고, 쓸모를 다 했다고 여겨진 책들은 습기 찬 바닥에 내팽개쳐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진정한 존재 이유를 가진 도서관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도서관은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쓰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물론 책뿐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도서와 관계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다. 도서관은 열심히 책을 모아야 하고, 또 그것을 활용하기 편리하게 분류해야 한다. 또한, 어떤 자료가 더 좋은 것인지, 더 가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것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은 바로 사서다. 사서는 도서관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직업이어야 한다.

 

 

-새로운 독서 문화-

 

“(일제 강점기) 철도망 확대로 지루한 열차 여행을 달래 줄 열차 안 독서가 출현했다.”(43, 철도도서관)

 

일제는 식민 지배를 위해 한반도에 철도를 구축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새로운 형태의 독서 문화가 등장했다. 예를 들자면 소리를 내 읽는 음독보다 조용히 읽는 묵독이 더 일반적인 모습이 된 점 등이 있다. 오랜 시간 열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사람을 위한 문고판이나, 잡지류 등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철도의 영향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와 비슷하게 새로운 독서 문화를 만들 정책을 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래서 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 도서가 비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펼칠 수 있도록 충분한 좌석과 공간이 확보된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열차 안에 무한정 손님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할 사람을 위한 인원 제한 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이동하기 위해 더 열심히 그 칸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예약을 받아도 될지 모른다.) 물론 책을 안 보고 휴대폰을 볼 수도 있으니 그 칸에서는 휴대폰 이용이 제한되는 환경을 만들어둘 필요도 있겠다. 비록 내 상상에 불과하지만, 정부나 대중교통 기관에서 새로운 독서 문화를 보급할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정책으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345, 국회 도서관)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리고 충분한 도서관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SNS와 유튜브의 세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나가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그 방법이 독서라고 믿는다. 그리고 도서관은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아마도 저자처럼 도서관 덕후들이 이 중대한 과업을 이끌어나갈 적임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도 그 과업에 동참할 용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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