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답이 있다 -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준 자연의 13가지 아이디어
크리스티 해밀턴 지음, 최가영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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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글쓰기 자연에 답이 있다 (크리스티 해밀턴, 김영사, 2024, 11)

제목이 책 내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부제가 과학적 혁신에 영감을 준 자연의 13가지 아이디어이다.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의 답은 모두 자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의약품 보존기술부터 의료영상진단기술까지 최신 연구 성과들이 어떻게 자연에서 답을 발견했는지 사례로 제시되어 있다. 저자는 수많은 과학적 혁신이 자연의 진화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동시에 전한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류의 지식이 확장될수록 더욱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저절로 그러한 것(자연)이 가장 최상의 덕이라는 철학적 깨달음을 과학적 혁신을 통해 재확인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다.

 

 

-관심과 끈기가 있어야 답이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된 과학적 혁신은 모두 누군가의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어떤 문제든, 답이든 관심이 없으면 찾을 수 없다. 또한, 그 관심을 바탕으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가 없다면 최상의 답에 도달할 수 없다. 나는 저자가 소개한 연구자들이 모두 관심과 끈기가 있었기에 결국 답을 찾았거나, 앞으로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날 앤절은 훗날 수백만 광년 떨어진 엑스선도 잡아내는 망원경의 개발로 이어질 아이디어를 이 사소한 해양생물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56, 별을 낚다.)

 

문제든, 답이든 그것이 아무리 우리 주변에 널려있더라도, 그것을 발견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유롭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시급한 곳은 학교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학은 물론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암기력만을 가르치고 절대적인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 무한 경쟁 속에서 암기 공부 이외의 다른 영역에 관심을 두는 순간, 학생은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이 책을 옮긴이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년이 꿈을 꾸기 어려운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과학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어야 미래도 있다.”(401, 옮긴이의 글)

 

우리 학생들이 관심과 끈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려면, 어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끈기 있게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도록 실패를 인정해주고, 끝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선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지원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우리 교육의 폐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이 하나뿐이라는 믿음이다. 이 잘못된 믿음은 우리가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크나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정답이 하나만 존재할 수 없음을, 그리고 답이 하나의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이곳저곳에서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화는 선구안을 갖고 있지도, 신성한 계획 같은 것을 미리 세우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 생체모방은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적당한 방향을 제시할 따름이다.”(12, 들어가는 글)

 

벌집 구조는 자연이 튼튼하고 가벼운 건축을 위해 발전시킨 기술이지만 망원경용 반사경에도 쓸모가 크다.”(51, 별을 낚다.)

 

교사로서 십수 년을 살아왔다.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은 신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늘 자괴감이 드는 것은 모든 수업이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정답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할 때, ‘정답을 하나만 쓸 수밖에 없도록 평가 문항을 만들 때, 학생이 시험에 나오나요?’라고 질문할 때 그런 자괴감이 든다. 시험에 나오는 것은 중요한 것인가.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은 공부할 가치조차 없는 것일까. 이런 식의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은 정말 우리 문제를 해결할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자연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자연에서 답을 찾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통으로 발견한 부분이 있다. 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연구자들은 자연은 거대한 도서관으로, 엄청난 지식을 품고 있는 가능성의 보고(寶庫)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연을 아주 소중하게 다룬다. 우리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고 그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그 자연을 아주 쉽게 대상화하고, 전혀 거리낌 없이 파괴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아마 자신이 파괴한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가졌는지,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가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교육을 통해 최소한 우리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주변(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면 우리는 인간의 시야와 사고가 얼마나 편협한지 알 수 있다.”(71, 별을 낚다.)

 

벌 무리는 협동 본능이라는 타고난 특기를 십분 발휘해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엄청나게 빨리 모은다.”(125, 누가 책임자입니까?)

 

자연의 탄소 처리는 순식간에 감쪽같이 끝난다. ……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인간의 창작물에서 나온 탄소가 대부분 고스란히 쌓여갈수록 태산을 이루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211, 콘크리트처럼 탄탄하게)

 

자연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엄청나게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과학적 혁신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세상 모든 물질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내가 무엇을 먹고, 어디를 가고, 어떤 물질과 함께 생활하는지를 찾아보게 되었고, 과한 것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결과를 보여준 곰의 동면을 통해 영양제를 과다하게 복용할 바엔 손실을 줄일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몸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화학적 약물치료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빛과 눈과 두뇌가 창조해낸 바깥세상이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통해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내 잘못된 태도를 반성할 수 있게 되었다.

 

 

-답을 발견하더라도-

 

관심과 끈기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은 연구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답은 우리 삶에 바로 적용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두가 인정하는 안정적인 해결책이 우리 앞에 딱 나타나더라도 우리는 그 답을 실제로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욕구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350, 창문이 주는 고통)

 

인간의 욕구와 새의 안전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내 불편함을 통해 새의 안전을 지켜주겠다고 선택하는 인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의 욕구가 중요한가, 해결책이 중요한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에서 발견하기가 어렵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은 단순한 개인의 의지에 맡겨서는 해결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정치적 논쟁과 제도적 규제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초 연구는 인간에게 직접적이고 분명한 파급력을 미치는 이른바 상급연구의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387, 지혜의 빛)

 

또한, 우리는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당연히 당장 상품화가 되는 기술은 투자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것의 기초가 되는 연구들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순수한 호기심과 관찰에 투자할 기업이 있을까. 역시나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이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자연은 우리에게 엄청난 영감과 혁신을 줄 수 있는 거대한 도서관이지만,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줄 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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