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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 타인을 신경 쓰느라 내 감정을 외면해온 당신에게
정우열 지음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나만의 글쓰기 – 나는 왜 내 편이 되지 못할까 (정우열, 김영사, 2024, 1판 1쇄)
최근 여러 방송에 출연한 정신과 의사 정우열이 썼다.(자신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이분의 삶은 내 목표다.) 책은 마치 누군가의 사연을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어떤 라디오 진행자의 목소리 같다. 먼저 저자는 신청자의 사연을 정성스럽게 읽는다. 주인공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하지만 따뜻한 애정을 담아 소개한다. 주인공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나선 따끔하게 신청자에게 조언을 던진다. 여기부터 마치 솔로몬의 판결을 보는 듯한 분위기로 바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그의 공식 직함이 힘을 발휘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지금 주인공이 왜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지,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지 속 시원하게 분석하고 풀이해준다.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던 그 답답한 문제가 단숨에 간단해진다. 그리고 해결책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네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사연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이 문장으로 귀결된다. 결국엔 모든 답이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차려야 내가 건강한 상태를 만들 수 있고, 내가 건강해야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그 건강한 관계를 토대로 절대로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그 지옥같은 상황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게 된다. 모든 변화는 결국 내 안으로부터 출발한다.
-사연을 읽어주는 의사-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사연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매우 익숙하다. 마치 내 이야기 같거나, 아니면 바로 옆집에서 있는 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저자는 이 사연들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하고자 했을까.
“각 사연에 공감하고 나에게 해당되는 솔루션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상황은 다 달라도 ‘아, 사람의 마음은 이렇구나’하는 깨달음을 경험하는 것입니다.”(8쪽, 작가의 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잘 읽어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각 사연에 공감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만큼 내가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감정의 무감각”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사연들 속 누군가의 모습과 비슷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사연을 읽으면서 공감하기 어렵지만, 일정 부분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내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사람이 이런 마음을 당연히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감정 표현에 매우 서툴렀다.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어서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어려워하고,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라고 스스로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읽어주는 사연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제안하는 동시에 내가 느끼는 감정적 어려움이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 마음과 친해지게 도와드릴게요-
저자는 유튜브 메인 화면에 “내 마음과 친해지게 도와드릴게요”라는 문장을 써 두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가장 서툴고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다. 왜 그리도 어렵고 힘들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지나치게 대단한 위치에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막상 내면을 바라보면 생각이든 감정이든 기대에 비해 형편없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죠.”(7쪽, 작가의 말)
결론은 내가 너무 형편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거다. 나 스스로 내가 형편없음을 무의식적으로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별로인 자신을 감추기 위해 나와 마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며 살아왔다. 생각해보니 그 허무맹랑한 자신감은 나만 우선 생각하는 이기심이었다.
-내 감정을 마주하기-
저자는 지속적으로 나 자신과 마주하라고 주문한다. 게다가 저자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기를 써보길 추천한다. 이미 감정이 완전히 메말라버린 내겐 너무도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서 고민했다. 일기랍시고 매일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고 있지만, 저자가 주문한대로 감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약간 색다르게 접근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 소개된 사연이 매우 다양하다 보니 내 상황에 거의 딱 들어맞는 것들이 많았다. 이 사연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을 내 상황에 이입해보는 것이다. 게다가 그 상황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결책도 함께 나와 있으니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내 상황에 대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사연은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부모’, ‘인생 첫 좌절을 경험한 사람’, ‘부모(처가 포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년의 자녀’ 그리고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다. 이 사연 속 주인공의 상황을 자세히 읽어보고, 나와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찾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감정을 발견한다기보다 이 사연의 주인공이 경험한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는 연습이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거나 공감해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연 속 주인공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내겐 꼭 필요한 노력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내면의 문제다. 내 마음이 건강해야 주변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는 지금 주변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한다. 분명 내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다. 이것을 알아차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한 것 자체가 매우 큰 성과라 생각한다. 나도 저자의 조언대로 감정 일기를 써 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책을 읽고 그것에서 느낀 생각을 솔직하게 옮기는 서평을 더 열심히 한다. 뭔가 나와 다른 생각과 시선을 가진 사람이 색다른 주장을 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나와 다른 사람이 내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해 써 내려간 책이 가장 매력적이다. 어찌보면 이 서평 작업도 저자가 말한 감정 일기의 내용과 유사한 면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