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튀르키예가 있는 아나톨리아반도는 고대 그리스, 로마 강역이었고, 중세에는 비잔티움 제국(동로마제국)의 문화가, 근대에 들어서는 오스만 튀르크 즉 오스만 제국의 문화가 서린 곳이다."(4쪽, 프롤로그)
저자는 아나톨리아반도에 대한 애정과 함께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 지역의 무슬림 역사를 함께 다루고자 하였다. 그 이유는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문화적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1부에서는 비잔티움을 다루고, 2부에서는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 사이를 다룬다. 2부에서는 주로 이슬람이 등장한 시점부터 셀주크 튀르크 제국까지의 내용을 다룬다. 3부에서는 오스만 제국을 다룬다.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을 연결하는데 적절한 내용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저자는 왜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 이 둘을 함께 다루고자 했을까. 나는 이 구성이야말로 이 책의 정체성과 목표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가 밝힌 두 제국의 공통점을 옮겨 적는다.
"첫 번째 공통점은 두 제국 모두 세계사라는 주무대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 두 번째 공통점은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은 같은 장소를 수도로 했다는 것이다. ...... 세 번째 공통점은 두 제국은 정치와 행정 제도 면에서 엄청난 유사성이 있고, 종교와 문화 면에서도 공통의 전통을 가졌다는 것이다. ...... 네 번째 공통점은 로마의 일곱 언덕처럼 두 제국에도 일곱 언덕이 있었다는 것이다."(5~6쪽, 프롤로그)
저자는 특히 이 중에서도 세 번째 공통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비잔티움과 오스만 제국의 역사와 정치만을 주로 다루고 있는 앞 부분과 종교, 건축, 예술 분야를 다루는 뒷부분으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다. 일반적인 교양 역사서를 기준으로 보자면 뒷 부분, 종교, 건축, 예술 분야를 다루는 분량이 특히 많다. 이는 오랜 시간 아나톨리아에서 튀르크인들의 문화를 연구해온 저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이 부분을 통해 서양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기를 기대했다. 세계사의 변방에서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그 가치가 평가 절하되었던 이 지역의 역사가 어떻게 지금도 살아 숨쉬고 있는지, 그 가치를 제대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