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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 -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 ㅣ 코로나19 3부작
인디고 서원 지음 / 궁리 / 2020년 4월
평점 :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
벌써 세달 째, 학생들은 학교 없이(등교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나도 학생 없는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쳐 왔다. 코로나 시대는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한 원격 수업이 새로운 교육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부터 등교하는 학생이 없는 학교는 결국 없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시각까지 넘쳐나고 있어, 학생들만큼이나 교사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으로 미래 세대를 준비시키기 위해 나는 교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갈망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로 멈춘 교육 현장, 무엇이 문제일까’
코로나가 가져온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을 직접 대면하고 활동을 관찰할 수 없고, 학생을 평가할 수 없다. 즉, 학교 현장이 멈췄다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를 할 수 없고, 학생들을 등급별로 줄 세울 수 없으며, 대학 입시를 공정하게 치를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역할에만 몰입해왔던 교사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공정한 평가와 서열화, 진학 문제 이외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실시간 수업이나 EBS 온라인 클래스 등은 새로운 교육이 될 수 있을까. 구글 행아웃 meet나 zoom 등 화상 회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 수 있다. 물리적인 거리를 온라인으로 연결할 수는 있는 것이다. 나는 실제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3주째 진행해왔다.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인터넷 환경이나 기기의 문제, 교사의 역량 문제, 학생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이 생겼다. 실제 등교 수업과 동일한 수준의 수업, 평가, 기록은 아직 불가능하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기존의 등교 수업의 대안 정도로 활용될 수 있을 뿐인데, 그것을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당연히 대부분의 교사는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교육’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과연 이대로 수능과 시험, 입시를 위한 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을 찾는데 매달려야만 하는 것인가. 새로운 교육은 기존의 교육과 어떤 부분에서 달라져야 할까.
‘새로운 교육을 찾아서’
이 책은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을 찾아나서는 일종의 여행안내서 같다. 이 책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의 위기는 단순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위험에서 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외국인들을 추방해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은 바로 시험을 잘 보는 우등생도 아니고, 좋은 대학을 나와 취직을 잘 한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로 생명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길러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전혀 ‘새롭지’않다. ‘경쟁에서 이겨야만하고, 잘 외워야하고, 정답을 맞혀야 하고, 체계에 적응하고 순종해야’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이미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청소년이 이미 충분히 고통 받고 있다는 다양한 사례와 지표들이 나와 있으며, 이렇게 교육받은 인재들이 사회에 큰 병폐를 일으키는 경우는 뉴스와 영화를 통해 너무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교육’도 역시 코로나가 가져온 이 시점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새로운’교육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은 미래 세대인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을 통해 우선 달성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자본도, 국가도, 권력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비록‘새로운’주장은 아니지만, 이 시대 우리 사회에 대한 가장 ‘정확한’진단이지 않을까.
‘인간이라는 가능성을 기르는 교육’
‘우리의 교육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라는 핑계를 대며 나도 학생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 게다가‘공정함’이라는 이유로 1등만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나도 일조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14살, 16살 학생이 토론을 통해 주장한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리다는 이유로,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온 것이 잘못이었다. 학생은 이미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고, 그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한 오랜 고민을 바탕으로 교사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책과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자료를 매우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1장에 무려 20권의 도서와 5개의 영화가 제시되어 있다.) 업무에 쫓겨 독서와 영화 감상을 여유롭게 할 수 없는 많은 교사들에게 훌륭한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이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교사들의 몫이다. 가능하다면 이것을 학생들과 함께 활용할 것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대를 넘어 한국 사회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려면 ‘새로운 교육’을 위한 교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가능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교사가 마련해주어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이며, ‘공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어야 하며, ‘공부는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라는 가능성을 교육하는 것이 코로나 시대, 그리고 코로나를 넘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고 믿게 되었다.